검은 눈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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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눈이 오지 않을까?
  • 김명순 약사
  • 승인 2019.10.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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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약사

얼마 전, 찾아야 할 물건이 있어 직원휴게실 문을 열었다가 찬바람이 휘몰아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데 에어컨이 18도로 설정된 채 쌩쌩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직장 내 전기절약에 무관심하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도가 지나친 상황이라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이 전기절약과 함께 전기 사용과 환경 파괴의 비례관계까지 헤아리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 사실 우리는, 전기가 發電所에서 생산될 때 나오는 오염 물질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전기절약을 거론하면 몇 푼 운운하며 전기요금 문제만 언급할까?

화력으로 전기를 생산(우리나라 전력의 40%이상)하는 과정에선, 석유·천연가스·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과 폐수,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 온난화를 가중시킨다. 또한 원자핵 분열시 생기는 열에너지로 전기를 얻는 과정에선, 각종 질병의 유발 인자라서 10만 년 동안 사람과 격리되어야 하는, 위험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된다. 발전소에서 전기가 각 사용처로 전달되는 과정에선 수많은 위험 물질이 나오고, 전력 손실을 방지하고자 초고압으로 전압을 높여 송전하기 때문에 전자파가 발생되어 피해를 입게 된다.  

결국 전기절약이 바로 환경보호에 이바지 하는 것이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산업시설과 사무실 등 상업시설에서도, 마치 자신의 집인 듯 전기를 절약한다면 환경보호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덜 심했던 더위와 불경기의 영향으로 올 여름 전력 사용량이 감소했다는 소식은, 충분히 절약이 가능하다는 예시가 된다. 에어컨 온도를 1도만 높여도 무려 7만 명이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으며, 가구당 연간 231㎏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체감온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실내외 온도차가 10도 이상이면 건강에 나쁘고 지나친 냉방은 점점 더위를 못 참게 해서 냉방기기 의존도를 높인다.

그리고 우리가 몸소 겪는 아이러니(미세먼지 제거를 위한 공기청정기 사용 증가는 결국 전기 생산량을 증가시켜 공기가 더 오염되는 악순환 반복)는, 전기절약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더구나 각종 기기의 발달은 전력 사용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그 혜택을 누리려면 전기절약과 같은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 세상 이치 아닐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올해 초, 세계 최대 규모의 탄전이 있는 러시아 쿠즈네츠크 지역에 중금속이 범벅된 검은색 눈이 왔으며, 세계문화유산인 인도의 타지마할은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순백색 대리석이 녹황색으로 변색되는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공기오염이 더 악화된다면 검은 눈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다.

지난 8월말,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세)가 영국에서 친환경 요트를 타고 2주간 대서양을 횡단해,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고자 뉴욕에 도착했다고 한다. 전 세계를 향해 환경을 지키자고 외치는 그 소녀에게 어른들은 많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이제라도 어른답게 자손들에게 빌린 자연을 보호하고자 더 힘써야 할 것이다. 아주 사소한 행동 하나가 번져갈 때 상상을 초월한 결과가 발생하는 나비효과를, 우리는 1997년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이미 경험했다. 이제 실천만 하면 된다. 냉방 26~28도 · 난방 18~20도 · 냉장고 냉장실 3~4도 · 냉동실 –15~18도로 유지하기, 안 쓰는 플러그 뽑고 스위치 달린 멀티탭 사용해 대기전력 낭비 방지하기, 안 쓰는 전등 끄기, 자리 오래 비울 땐 컴퓨터 모니터 끄기,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높은 제품 사용하기, 샤워시간 1분 줄이기(물 절약과 물을 생산·재처리하는 전기 절약) 등등의 작은 실천이 환경보호 그 자체인 것이다. 정전이 지속되고 검은 눈이 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 사소하지만 긍정적인 습관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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