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 놓고 치는 판” VS “직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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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 놓고 치는 판” VS “직영이다”
  • 임요준기자
  • 승인 2019.10.30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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郡, 학교급식 공급체계 변경 추진
업체들 “우린 다 죽이고 옥천살림만” 반발
공공급식 체계 변경을 놓고 옥천군과 납품업체들의 간담회에서 업체들의 생존권을 놓고 신경전이 벌여졌다.

옥천군의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체계 변경 추진에 납품업체들이 “우리는 다 죽이고 옥천살림과 짜 놓고 치는 판”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군은 급식 관련 학교 관계자(영양사)와의 간담회에 이어 지난 24일 납품업체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주된 내용은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체계 개선. 앞서 군의회는 지난 6월 ‘옥천군 지역농산물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군이 시행에 들어간 것.

조례의 주 내용은 이렇다. 공공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해 관내 모든 사회복지시설과 무료 급식소,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와 영실애육원 같은 아동복지시설, 정부 공공기관, 군부대, 보건의료기관, 군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단체급식을 운영하는 기관에 농산물은 물론 모든 식자재를 공급하겠다는 것. 이에 공공급식센터를 설치하고, 직접 관리·운영하거나 비영리법인 등에 위탁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조례에 따라 군은 내년 3월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군은 센터의 직영을 주장하고 있지만 기존 납품업체들은 결국 옥천살림에 위탁할 것이라며 나머지 업체들은 다 죽으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 참석 대상자는 총 12개 업체. 하지만 옥천살림을 비롯해 6개 업체는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는 업체들의 거센 항의에서부터 시작됐다.

한 업체 관계자 A씨는 “옥천군 공공급식 지원 조례가 지난 6월 제정돼 시행되고 있지만 제정 전 업자의 의견은 단 한 번도 묻지도 않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 제정됐다. 학교급식 관련 모든 회의에서 업체는 항상 배제돼 있었다. 학교급식이 시작된 후 10년 만에 이번 회의에 처음 불러줬다”며 “우리는 군민이 아니냐.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강한 불만을 토했다.

이에 군 농업기술센터 농촌활력과 로컬푸드팀 김우현 팀장은 “조례는 의회에서 의원들이 만든 것”이라며 주무부서의 회피성 발언을 해 업체 관계자들을 황당케 했다.

또 다른 업체 B씨는 “(납품업체들은) 몇 억 씩 투자했고 딸린 직원과 그의 가족들까지 밥벌이가 없어진다”고 항의했다.

이에 김 팀장은 “홍성군의 경우 기존업체들은 지입차로 써 줄지 않았다”며 홍성의 사례를 들며 해명했다. 하지만 홍성군도 한 업체가 도맡아 하고 부족한 차량만 다른 업체가 지입형식으로 들어가 결국 한 업체만 배불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A씨는 “우리는 주문과 다른 물품을 3회 납품하면 다시는 납품하지 못한다. 옥천살림은 무농약 고춧가루라고 하고 kg당 4만3000원에 공급한다. 하지만 최근 (관행농업) 일반 고춧가루를 아무런 공지도 없이 무농약 고춧가루 대신 납품했다.  이뿐 아니라 그동안 여러 불법이 있었다. 당연히 패널티를 줘야하고 문 닫아야 한다”고 부당함을 주장했다.

업체 관계자 C씨는 “시중가 1만6000원(5kg)에 불과한 머루포도가 옥천살림은 4만5000원에 공급한다. 떡도 kg당 1만3200원이다. 이런 비싼 가격이 어디에 있냐”라며 “예산낭비가 심할 뿐 아니라 차액보전을 농민에게 한다는데 실질적으로 농민에게 지원되는지 한번이라도 확인해 봤냐”며 따져 물었다.

김 팀장은 “(비싸면) 학교에서 안 먹으면 된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다.

업체 관계자 D씨는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 저녁 늦게 끝난다. 사과 2개, 배 1개를 납품하기 위해 면지역까지 가야한다. 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할 경우 이렇게 할 공무원 직원이 누가 있냐”며 “결국은 옥천살림에 위탁으로 갈 것이고 눈 가리고 아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 관계자 E씨는 “생존권이 달려있다. 추운 날 길거리에 나서게 됐다. 다 짜놓고 뭐하러 간담회를 하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한 업체 관계자는 한 간부공무원이 센터 운영에 관해 말하며 옥천살림에 위탁하고 다른 업체들은 일부 지입차로 들어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다는 것. 또한 지난 영양사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위탁업체로 옥천살림이 거론 됐고 일부 영양사들은 옥천살림의 부적절한 납품행태를 지적하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는 것.

이에 해당 공무원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옥천살림을 말한 적이 없고, 직영이냐 위탁이냐도 결정된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이번 간담회에서도 김 팀장 “결정된 사항 아니다. 단계 밟아가며 설명하겠다”고 했다.

E씨는 “지금까지 관행이 그랬다. 기득권을 줘서 안 된다. 공정하게 입찰을 봐야 하고 조건을 달면 누구든 못 들어간다. 똑같은 조건으로 (공정하게)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급식 체계가 거대 공공급식센터로 변모한다. 군 조례대로라면 한 달 매출액만 수십억, 년 매출로 치면 수백억 원 이를 전망이다. 공룡알 같은 센터 운영을 놓고 군과 업체가 정면충돌하는 것도 당연하다. 직영으로 운영될 거라는 군 입장과 달리 결국 옥천살림에 몰아주기라는 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공공급식이 시작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한 업체만을 배불리는 것이 아닌 군민이 공생하는 옥천군의 솔로몬의 지혜가 도전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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