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나무와 풀들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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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나무와 풀들의 소중함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10.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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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서 건강 되찾은 퇴임공직자 구법림 씨

청성면 장수리 야트막한 둔덕에서 감 수확에 한창인 구법림(64) 씨를 만났다. 감나무가 많은 이웃이 수확해 가라며 내준 것이라고 했다. 나무 하나를 통째로 내주고 수확해 가라고 하는 이웃이 있으니 이곳 인심이 어떨지는 짐작이 간다. 잘 익은 대봉을 장대로 따면 또 다른 이웃이 그것을 바구니 가득 주워 담았다. 눈 깜짝할 사이 주홍빛 잘 익은 감이 바구니 가득 넘쳤다. 가을빛 맑은 날이었다. 감 수확을 하느라 그의 손은 쉬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구 씨는 대전에서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7년 4월 이곳 청성으로 들어왔다. 청산 예곡리가 고향인 그는 청산중학교 24회 졸업생이다. 청산은 유년시절의 추억이 많은 곳으로 늘 그리움의 장소였으며 힘든 시절을 보낸 곳이다. 그리운 고향이지만 힘들었던 기억도 있어 고향으로 가기보다는 이곳 청성에 터를 잡게 되었다.

구 씨는 “도시에서 생활할 때는 스트레스를 풀어낼 마땅한 시간과 장소가 없어 아픈 데가 많았다”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퇴임 후 무조건 이곳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성으로 들어온 후 활동량이 많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서인지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구 씨는 귀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사하고 텃밭 농사를 지었다. 상추며 파, 배추, 고구마 등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가꿔 먹었다. 집 둘레에 과일나무도 심었다. 복숭아, 자두, 꽃사과를 심어 놓고 열매가 맺히기를 기다리고 있단다.

그는 이른 4시면 기상한다. 새벽시간을 이용해 텃밭으로 나가 심어놓은 채소를 둘러본 후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간다. 동네 산자락이며 마을길을 천천히 돌다 보면 나무가 풀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단다. 들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가을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도 하나 같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란다. 그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인간의 지친 몸을 치유해 건강을 회복시켜주고 사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 씨는 “매일 일을 하고 있지만 쫓기듯이 안 하니까 자연스럽게 여유를 되찾게 되고 여유를 찾으니 마음이 평화롭다”며 “이곳에서는 어떤 계획을 세워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기후를 봐 가며 인간이 그 조건에 맞춰 움직이는 삶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그의 아내는 대전에 있다. 퇴임을 하게 되면 그의 아내 역시 이곳으로 내려올 예정이란다. 아직 혼자 정착한 상황이기에 그는 손수 음식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있다. 이것 또한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과 다른 삶의 형태로 순순히 받아들이며 이곳 청성에서 자연의 일부로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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