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한편의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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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한편의 시가 된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12.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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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변성숙 작가의 귀촌일기

“겨울엔 하얀 자태 눈속에 귀족처럼/ 수묵화 그리면서 삭풍을 견디더니/ 초록빛 우거진 여름 속살 더욱 빛난다// 흰 살결 검은 무늬 금강산 따로 없네/ 해마다 그려넣은 산능선 산봉우리/ 곧추선 한 그루 한그루엔 한폭한폭 산수화. 변성숙(군서면 동평리‧65) 시조시인이 쓴 ‘자작나무’의 전문이다. 커다란 유리창에 비친 겨울 산이 한편의 시가 되어 탄생되는 순간은 새벽 시간이었을 터. 변 작가가 글을 읽고 시를 쓰는 시간은 대부분 새벽이라고 했다. 대전에서 40여 년을 살다 아들 셋을 출가시키고 조용한 곳을 찾아 들어온 곳. 군서면 동평리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장령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왔다. 500미터쯤 산길을 걸어 올라가면 자그마한 담수호도 나온단다. 마을 끝자락에 있는 집은 하늘이 유난히 넓게 한눈에 들어왔다. 밤하늘에 달과 별이 마당으로 맑게 쏟아지거나 하얗게 서리 내린 풍경이 더없이 아름답다고 했다. 겨울이면 아이들이 와서 눈사람을 만들어 마당에 세워놓는데 참 정겹단다.

변 작가는 “세 아들이 장가가서 손자 손녀가 넷인데 아파트에 살 때는 할머니 집이라고 와도 층간 소음 때문에 마음껏 뛰어놀게 할 수가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며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 손자 손녀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자연이 가까이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다”고 했다.

대전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주말에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책 읽고 글 쓸 수 있는 작업 공간으로 동평리에 들어온 것은 2014년의 일이다. 자연과 어우러지면서 조용한 곳을 찾아 대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 오게 된 곳이라고.

2004년 등단해 시조시인으로 활동하는 작가에게 주변의 풍경은 시작 활동에 영향을 줄 터. 남쪽으로 큰 창을 내어 유달리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집에서 새벽 4시면 일어나 책을 읽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시상을 글로 쓰고 있다. 해가 나기 시작하면 아침 산책을 하는데 담수호 근처에 가면 물안개가 가득하다고. 봄이 되면 주변에 쑥과 나물이 지천이고, 겨울로 들어서면서 잎이 다 지고 나니 안보이던 뱁새집이 보인다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자연 안에 사는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그 자연이 한 편의 시가 되어 온다. 변 시인은 앞으로 충북문인협회나 옥천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할 계획을 가지고 지역 특성에 맞는 시모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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