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이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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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이 따뜻하게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19.12.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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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흥주 수필가

어느덧 겨울도 한복판이다. 아침에 눈 떠 노트북을 열고 인터넷 뉴스를 뒤적거리던 중 인천의 한 마트에서 12살 아들과 아버지가 먹을 걸 훔치다 적발됐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그들이 이 추운 겨울에 밥을 굶는 처지임을 알고 마트 주인은 그들을 용서하고 오히려 쌀, 라면 등 생필품을 보내주었다는 이야기에 추운 아침이 갑자기 훈훈해졌다. 그들을 돕는 손길도 줄을 잇는단다.

한 경찰관도 이들을 훈방하는 한편 인근 국밥집으로 데려가 따뜻한 국밥을 사 먹였다. 국밥집까지 따라온 어느 분은 2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네곤 얼른 그 자리를 떴다고 한다. 이런 미담이 사회 전체를 훈훈한 인정 속으로 빨려들게 만든다.

‘등 따습고 배부른’ 게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기본조건이다. 지금 누가 밥 굶느냐고 다들 생각하지만 이렇게 하루 세끼 밥도 못 먹어 마트에서 하찮은? 먹을 거나 훔쳐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더구나 12살 어린 자식과 함께 그랬다니 자식 키우는 부모로써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해당 지역 복지센터는 아이의 아버지에게 일자리를 알아봐 주고 아이에게는 무료급식 혜택도 줄 것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등 따습고 굶지 않으며 이 겨울을 보내야 하는데 세상이 어디 어두운 그늘이 없을 수 있을까. 한쪽에선 한 채에 몇십억 하는 아파트에서 넘치게 사는 사람들이 있고 한쪽에선 추위와 배고픔마저도 해결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 사회나 제도는 없을 것이다. 이런 곳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결해야 하는 게 국가나 사회가 할 일이고 책무다.

지금 시골 어느 마을을 가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이 없는 곳이 없다. 아무리 허술한 시골도 이 마을회관만은 번듯한 현대식 건물이다. 어느 마을에 가서 무슨 일로 동네사람들을 만나려면 이곳을 찾으면 된다. 농사일도 다 끝난 시골 노인들이 유치원 아이들 마냥 이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공통점이 이 겨울에도 방이 절절 끓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쌀 등 식료품도 지원이 돼 공동취사도 이루어져 밥도 해먹고 좌담도 하면서 모여 지내는 것이다. 현대식 공동생활이다.

이거 하나는 기막히게 잘된 정책이다. 안 그러면 이 추운 겨울, 노인들은 각자 자기 집 냉 고래에서 잠마저 설칠 것이다. 사람이 추운 곳에서 자고나면 움직이기도 힘들다. 간신히 전기장판에 의지해 등은 따뜻이 한다 해도 방공기가 바깥 같으니 아침이 돼도 이불속에서 나오질 못한다.

그러나 지금 시골은 이런 문제는 해결이 됐다. 비록 자기 집은 허술해도 마을회관만 나오면 방이 끓고 식사도 해결되니 얼마나 좋은가. 더구나 힘든 농사일도 겨울이면 없으니 이곳이 낙원인 셈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기가 힘들다지만 이 마을회관이 그걸 한꺼번에 해결해주고 있다.

오래전 동네마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지어 줄 땐 의아하기도 했다, 나라에 돈도 많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한데 이것이 이리 효자 노릇을 하니 얼마나 잘한 일인가. 각자 지원을 해서 겨울에 난방을 해주거나 돕는다면 돈이 더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한데 주민을 전부 이곳에 모이게 해 한방에 해결을 하니 얼마나 좋은가. 마을회관이야 말로 잘된 정책 중의 정책이고 가장 효율적인 복지정책이다. 마을회관마다 방이 끓지만 각자 난방을 하는 것보다 나라 전체로 보면 난방비가 적게 들 것 같다. 이 또한 에너지자원 절약 면에서 성공적 사례다.

고령화한 시골노인들을 각자 자기 집에 방치하게 되면 아마 동사자도 속출할 것이고 옆집에 사람이 죽어도 모를 수도 있다. 모여 있으니 아픈 사람도 서로 다 알게 되고 응급 시엔 같이 대처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노인들은 겨울엔 따뜻하게 지내고 식사도 거르지 않아야 한다. 고령화 사회, 노인복지가 잘 되어 있으면 복지는 잘 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아울러 인천미담처럼 젊은이들의 힘든 삶도 들여다보고 챙겨야한다.

인천의 훈훈한 이야기가 전국에 감동의 눈물을 몰고 왔다. 지금도 이리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안 되지만 현실이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다. 음지를 적게 하는 일, 그게 사회나 국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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