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의 땅 동남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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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의 땅 동남아시아
  • 배정옥 수필가
  • 승인 2019.12.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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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편(3) -
배정옥 수필가

지난호에 이어…
또한 내 이목을 끈 것은 벽마다 새겨진 상형문자와 코끼리 원숭이 양각, 압사라 들이다. 압사라란 전설 속의 신 ‘비슈누’가 우유 바다를 저을 때 물거품으로 인해 생겨난 6억 명의 천사라 했다. 벽면에 새겨진 인물 군상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 모두가 다 얼굴도 표정도 동작도 달랐으며 여러 개의 기둥에 장식되어 있다. 앙코르 쇼는 화려한 왕관을 쓰고 관능적인 느린 동작으로 표현하였다. 춤의 곡선의 아름다움을, 왕국의 건설과정을 그린 그 화려함을 떠올려 보았다. 그 무엇이 웅장한 도시를 가능케 했을까? 어떤 보상이 그들을 움직였을까? 어떻게 그 많은 돌을 옮겨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역에 대한 경외감과 아무리 설명해도 불가사의 한 일이다.

나는 그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방향을 틀어 왔던 길로 다시 나오며 생각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의 청주 직지가 구텐베르크의 활자 인쇄술보다 70여년이나 앞섰다는 것이다. 또한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목판 인쇄본과 활자 인쇄술에 다시금 자부심을 가져본다.

많은 관광객이 무리 지어 오고 가고 있다. 황톳길이 뽀얀 먼지를 냈다. 나는 일행의 틈에 끼어 가고 있는데 어디서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의 가락과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올 때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보니 우리나라 평상 같은 마루에 네다섯 명의 팔다리가 없는 악사들이 밝은 표정으로 그들의 고유의 악기로 연주하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밀림의 국경에서 부상한 군인들이었다. 국적이 다른 외국인들도 많았지만, 우리의 아리랑을 부르는 것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동정어린 마음에 그 ‘1달러’를 제일 잘 주기 때문이라 했다. 
사원을 빠져나오자 도시는 온통 술렁이고 있다. 수많은 인파가 차도며 인도 할 것 없이 가득하다. 계속 여운처럼 따라붙는 ‘천상의 미소 사면상’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멀고 먼 귀소의 길로 발길을 돌렸다.

24회의 우정
가을걷이를 끝낸 빈 들판 위로 철새들이 날아간다.
여름 내내 성장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던 이파리들은 형형색색의 빛깔로 변하더니, 후두두둑 내리는 가을비를 맞고 지상으로 낙하를 한다. 떨어진 낙엽들이 찬바람을 따라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다. 해질녘의 노을은 망고 속처럼 빨갛게 물이 들고 처마 밑까지 내려와 하루의 안식을 취한다.

시간은 저만치 물처럼 빠져나가고 달이 동지에 치닫고 있다. 자연이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사람 사는 마을만 하랴, 계절의 옷을 화려하게 입는 자연도 인간을 배경으로 할 때 더욱 더 아름다울 것이다.

핸드폰을 만지다 유연히 클릭 된 사진에 예쁜 꽃을 머리에 꽂은 여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겨울 그 4박 6일 해외여행의 풍경이 오롯이 밀려온다. 그 겨울 유독 매살스럽게 추웠던(양력으로 2016년 1월 21일~26일 음력으론 12월 가장 추웠던 추위를 피해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보냄) 1월 21일 16명의 일행은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에 도착한 것은 여행 삼 일째 되던 날 오후 3시쯤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육십여 시간만이었다. 몇 시간씩 차 속에서의 시달림과, 무엇보다도 잠자리가 바뀐 탓으로 밤잠을 설치긴 했지만, 그래도 여행은 즐거웠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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