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야, 큰 불날 뻔 했구먼”…피해 막은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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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야, 큰 불날 뻔 했구먼”…피해 막은 집배원
  • 김영훈기자
  • 승인 2019.12.26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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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우체국 천우진 씨 배달갔다가
화재 발생, 만사제치고 초기진압
피해자 “이 분 아니었으면...
생각만 해도 아찔” 감사인사
배달갔다가 화재 발생을 발견하고 초기진화에 나서 큰 피해를 막은 옥천우체국 천우진 집배원이 세밑 옥천에 따스한 온기를 전하고 있다.

“처음 겪은 일이라 당황했어요. 배달갔다가 연기가 나서 확인해보니 불이 옮겨 붙고 있었어요. 집주인에게 알리고 바로 119에 신고했습니다. 사랑방에 할머니가 계셔서 재빨리 밖으로 모시고 집주인과 함께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금방이라도 불은 집 전체를 덮칠 기세다. 옥천우체국 천우진(26) 집배원이 배달을 간 지난 18일 동이면 한 주택에서 불이나기 시작했다. 이후 천 씨의 행동은 누구의 지시가 아닌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천 씨의 살신성인에 주민들도 가세했다. 다행히 소방차가 도착했고 화재는 완전 진화됐다.

집 주인 손 모씨에 따르면 “배달왔습니다”라는 집배원의 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우체국 천 씨가 택배물품을 전달하러 왔다. 그 직원은 손 씨의 사랑방(황토방) 부엌에서 연기가 솟구치는 걸 발견하고 불이 난 것 같다고 해 확인해 보니 부엌 입구에 쌓아놓은 인화물질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었다.

손 씨는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양동이로 물을 받아 큰 불길이 솟는 쪽으로 들어부으며 정신없이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불은 이내 부엌에서 지붕 쪽으로 옮겨지는 상황. 천 씨가 119에 신고해 줬고 양동이에 물을 채워 뿌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소방대원들이 도착해 가까스로 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이번 화재로 전기배선 및 지붕판넬 손상 등 경미한 피해가 발생했을뿐 더 이상 큰 피해는 없었다.

손 씨는 “뭐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발견하고 신고해 주고 옷을 다 버려가면서까지 도와주셨다. 몸을 아끼지 않고 묵묵히 도와주시더니 조용히 사라지셨다”며 감사인사를 연거푸 이었다.

그러면서 “소방서와 경찰, 한전, 의용소방대, 주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화재는 예고가 없더라.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고 예방을 강조했다.

“손 씨가 불이 붙은 상자를 맨손으로 끄집어냈었는데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된다”며 손 씨의 안부를 묻는 천 집배원.

“화재가 완전 진압된 것을 보고 배달이 밀려 바로 일을 하러 갔다. 내가 아니라 다른 우체국 직원이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말하는 그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세밑 옥천의 따스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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