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밑지는 장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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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밑지는 장사를 한다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19.12.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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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약우(若愚)는 도가(道家)의 가르침인 ‘대현약우(大賢若愚)’에서 따온 말이다. 크게 현명한 자는 어리석은 듯이 보이고, 크게 곧은 것은 굽은 듯이 보이는 법이다. 바둑의 ‘약우’는 “어리석어 보여도 나름대로 꾀가 있다”는 뜻이지만 그 어리석음은 큰 지혜(智慧)와 통한다.

<논어>에 보면 공자(孔子)가 위나라의 대부 영무자(甯武子)에 대해 “그의 지혜는 누구나 따를 수 있지만, 그의 어리석음은 아무나 따를 수가 없다.”고 평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리석게 보이는 것은 아무나 쉽게 흉내 내지 못하는 경지다. 매사마골(買死馬骨)의 고사에서 약우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를 잠시 더듬어 보자.

여기 죽은 말의 뼈가 있다. 보통 말이 아니고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명마인 천리마의 뼈다. 돈을 주고 산다면 얼마를 줘야 할까? 아니, 죽은 말의 뼈다귀를 돈까지 줘가며 사야 할까?

셈이 어두운 사람이라도 죽은 말의 뼈 따위는 절대로 돈을 주고 사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쓸데없는 것을 황금 오백 냥이라는 큰돈을 들여 사들인 사람이 있다. 어찌 된 까닭일까.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에 그 사연이 나온다.

옛날에 말을 몹시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그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명마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말이 갖고 싶어 여기저기 수소문했다. 그러나 거금을 포상금으로 걸고 3년을 구했는데도 천리마를 얻지 못했다. 그때 어떤 신하 하나가 자신이 한번 구해보겠다며 나섰다. 왕은 반신반의(半信半疑)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그에게 거금을 쥐어 보냈다.

그런데 몇 달 후 그 신하는 천리마를 구했다며 죽은 말의 뼈를 들고 나타났다. 왕은 기가 막혔지만 꾹 참고 물어보았다.

“그래, 그것을 구하는데 얼마나 들었는고?”
“황금 오백 냥을 주고 샀습니다.”
“죽은 말의 뼈가 그렇게 비싼가?”
“이것은 보통 말이 아니라 천리마의 뼈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네 이 놈! 내가 구하는 것은 살아있는 천리마다. 저 따위 죽은 말의 뼈다귀를 황금 오백 냥이나 주고 사오다니!”

왕이 노해서 소리치자 신하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천리마는 귀한 말이라 다들 숨겨놓고 내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왕께서 죽은 천리마의 뼈도 오백 냥이나 주고 샀다고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죽은 말도 저런데 산 말은 얼마나 비쌀까 싶어 너도나도 천리마를 내놓지 않겠습니까.”

과연 신하의 말대로였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왕은 구경조차 힘들었던 천리마를 세 마리나 구할 수 있었다.

죽은 말의 뼈를 거금을 들여 사들이는 것은 상식(常識) 밖의 짓이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헛돈을 쓸 사람은 없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상식적인 결과밖에 얻지 못한다. 특별한 결과를 얻으려면 특별한 일을 저질러야 한다. 비범(非凡)한 사람들은 보통사람이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거래도 마다 않는다. ‘약우’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그렇다.

‘약우’는 아무나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 거금을 들이는 것은 상식에 반하고 본능에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지혜로운 것은 어리석어 보이고, 대단히 교묘(巧妙)한 것은 오히려 졸렬(拙劣)해 보이는 법이다.

동네아이들이 한 아이를 둘러싸고 떠들며 웃고 있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궁금하여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그 애가 바보라면서 한 번 구경해 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5백 원 큰 동전과 1백 원의 작은 동전 중에서 하나를 그 아이에게 고르라고 했다.

그 아이는 1백 원의 동전을 골랐다.

아이들은 좋아라 하면서 까르르 웃었다.

그는 값 싼 1백 원을 골랐기 때문에 바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고 난 후 나그네는 그 아이에게 물었다.

“왜 너는 비싼 5백 원을 두고 값이 싼 1백원 동전을 고르느냐?”

그 아이가 대답하기를
그 아이들은 내가 1백 원 동전을 골랐을 때 더 즐거워하기 때문이라고.

현자약우 뜻은 정말 똑똑한 사람은 약간 어수룩하게 보인다는 말입니다.
때론 이런 사람이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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