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의 땅 동남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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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의 땅 동남아시아
  • 배정옥 수필가
  • 승인 2019.12.2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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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편(4) -
배정옥 수필가

지난호에 이어…
공항 대합실에 여행사의 현지 가이드가 마중을 나왔다. 동족이라 그런지 처음 만났는데도 어디서 본 듯 낯설지 아니하고 반갑기만 하였다. 안산이 고향이라는 그는 버스에 오르자 캄보디아에 관한 설명을 하며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베트남 가이드 보다 열 살은 족히 더 들어 보이는 나이에 노련미가 있어보였다. 그가 일행을 안내한 곳은 재래시장과 밤 문화거리였다.

시장에는 열대과일, 야채, 의류 등 곧 그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중 한국에선 비싸고 귀한 망고와 이름 모를 과일과 바나나가 흐드러져 있었다. 말로만 듣던 개구리, 뱀 튀겨 파는 가게를 지나칠 때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온열국가에 온 실감이 났다. 조그만한 체구에 피부색은 달랐지만 눈빛이 따뜻한 사람들인 걸 느꼈다. 시장은 초라하고 노점상 같았지만 우리나라 시골 오일장과 똑같은 우리의 삶이 거기 있었다. 때론 꿈속에서 본 풍경이 현실인 경우가 있다.

이 또한 옷깃만 스쳤지만 켜켜이 쌓인 깊디깊은 인연이 아닐지, 그들과 눈을 마주쳤을 때 혹시 전생에라도 만났을 법, 그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밤 야간시티투어에서 이국의 밤거리는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젊음이 넘쳐나고 피부색 인종 상관없이 그들 나름대로 문화를 즐기고 있었다. 캄보디아의 맥주는 그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피자와 시원한 맥주는 그 어느 맛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일행의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지금은 후진국이지만 자원이 풍부한 땅 희망이 있는 나라이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그들과 똑같이 후진국, 세계 빈곤 국가 118위였던 우리, 현재 11위이다.

그들 역시 빈곤 국가 108위이지만, 언제 뒤바뀔지 모를 일이다. 가난한 이는 가난한대로 부자는 부자대로 저마다의 긴 그림자를 끌며 허우적거리고 살아간다. 사람마다 몇 푼 되지 않는 황금에 덧칠당하여 삶 자체의 소중함을 상실하며 살고 있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이더스 왕의 꼴이 아닐지, 욕심에 눈이 먼 그는 자신의 손에 닿는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었던 그, 신은 기도를 들어주었다. 마침내 그가 만지는 모든 물건이나 사람은 다 황금으로 변했다. 물을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주변 사람 자식들까지도 왕이 만질까 봐 곁을 떠나버렸다. 왕은 외톨이가 되었다. 돈에 눈먼 우리들, 마이더스와 같은 외로운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 일정인 씨엠립 시민의 휴식처 박쥐공원이다. 원래는 로열 독립 공원이었다. 박쥐가 높은 나무 위에 매달려 서식하므로 박쥐공원으로 불린다. 공원에는 그들의 국화 프로 메리아가 많이 피어 있었다. 일행들은 떨어진 꽃송이를 주어 머리에 꽂고 소중한 시간들을 사진에 담아냈다. 행복했던 그 시간들, 나이테를 더해 갈 것이다.     

우리 일행은 4박 6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행이자 친구라는 작은 구성원 자체가 하나의 몸체와 정신을 소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람은 누구와 함께 하였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관심과 배려가 있는 남편의 옥천실고 24회 40년 지기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겨울 그들의 끈끈한 우정과 즐거움을 함께 한 남편의 친구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동반자, 조력자가 되어준 가족들께도 고맙고 감사하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난겨울이 따뜻하고 행복했었다.

사진 속의 활짝 웃고 있는 얼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짚어본다. 얼굴들이 다 다르듯이 그들의 삶 또한 각양각색으로 빛나고 아름다운 그들만의 소중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서로 색이 다른 친구들이 인생 중간에 만났다. 조화를 이루며 섞여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성 싶지만 오래도록 자연을 닮은 아름다운 생의 대걸작, 완성도의 그림을 그려 나가길 간절히 바래본다.

귀국 후 인천공항에서 친구 부인이 내게 다음을 기약하고 싶다고, 또한 친구 부인은 “4박 6일이 꿈만 같아요.” 일 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금도 잠시 꿈을 꾼 듯 했다. 새삼스레 그 친구들의 끈적끈적한 우정에 내 마음이 훈훈해져 온다. 올 겨울도 춥지 않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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