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小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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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小寒)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20.01.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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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새해가 되고 처음으로 맞는 절기인 소한(小寒)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로 동지와 대한 사이에 있으며 음력 12월, 양력 1월 6일무렵으로 태양이 황경 285°의 위치에 있을 때입니다. 절기상으로 보면 대한(大寒)이 가장 추운 때지만 실제는 소한이 1년 중 가장 추운데 절기의 기준이 중국 화북지방에 맞춰졌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 기상청 통계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소한과 대한의 전국 평균 기온을 조사한 결과 소한이 대한보다 0.2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한'이라는 말은 '작은(小) 추위(寒)'라는 뜻입니다.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길었던 동지 다음의 절기로, 낮의 길이가 차츰 길어지기 시작하지만 대륙에서 발달한 차가운 고기압이 이 무렵 본격적으로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날씨는 대개 맑지만 추위는 오히려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옛날의 중국 사람들은 소한으로부터 대한까지의 15일간의 기간을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가고, 중후(中候)에는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꿩이 운다고 하였습니다.

이때쯤에는 눈도 많이 옵니다. "눈은 보리 이불이다.", "사람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눈이 내리면 풍년 든다.", "함박눈 내리면 풍년 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옛사람들은 눈과 풍년의 상관관계를 믿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첫눈 먹으면 감기에 안 걸린다.", "장사 지낼 때 눈 오면 좋다.", "첫눈에 넘어지면 재수 좋다."라며 눈을 좋은 조짐으로 보았지요.

예전 우리는 겨울엔 쌀밥을 먹고, 여름엔 보리밥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식생활을 한 까닭이야 물론 철 따라 나는 곡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까닭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려는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 때문입니다. 여름 내내 따가운 햇볕을 받아 익은 쌀은 음기가 많은 겨울에 먹는 것이 제격이고, 추운 겨울바람을 버티고 자라난 보리는 양기가 많은 여름에 먹어야 음기보강에 좋다는 것을 그 옛날부터 우리 겨레는 알았던 것이지요. 이러한 음식궁합은 거저 나온 것이 아니라 차가운 눈 속에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자라는 보리를 가꾸기 시작할 때부터 나온 것이 아닐까요?

소한은 양력으로 처음 드는 절기인데, 소한 무렵은 정초한파(正初寒波)라고 하여 날씨가 가장 추운 때이다 보니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이 추위를 이겨내는 것을 역경을 극복하는 의미로 보아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농가에서는 추위가 가시는 입춘 무렵까지 혹한과 폭설에 대비해서 땔감과 먹을거리를 집안에 준비해 놓기도 합니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12월령(음력이므로 대체로 양력 1월 무렵에 해당)'에 소한 절기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이 전합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십이월령
=십이월은 계동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설중의 봉만들은 해저문 빛이로다
세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고
집안의 여인들은 세시의복 장만할 제
무명 명주 끊어 내어 온갖 무색 들여내니
자주 보라 송화색에 청화 갈매 옥색이라
일변으로 다듬으며 일변으로 지어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렸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 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세육은 계를 믿고 북어는 장에 사서
납평날 창애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고
아이들 그물쳐서 참새도 지져먹세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 대추 생률이라
주준에 술 들으니 돌틈에 샘물 소리
앞 뒷집 타병성은 예도 나고 제도 나네
새 등잔 세발심지 장등하여 새울 적에
웃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 세배 하는구나=

1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입니다. 추위는 아무 때나 찾아오지 않습니다. 일 년의 끄트머리인 이 시기, 쉼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이유는 비단 추위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때에 이르면 일 년 고되게 몸을 놀린 만큼 체력적으로도 많이 지쳐있게 됩니다. 떨어진 체력과 추위는 몸을 쉬고 싶도록 만듭니다. 그리하여 추위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그간 사느라 애쓰셨으니 이제 고만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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