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고춧가루 퇴출당하자 축산물 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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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고춧가루 퇴출당하자 축산물 넣겠다?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1.30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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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급식센터 운영위 가격결정회의서
옥천살림 축산물 가격 제시했지만
위원들 거부로 논의조차 못해
군 “옥천살림에서 축산물 공급
가능하다며 가격 제시 올렸다”

군과 옥천살림간 위수탁협약서에도

없는 내용, 냉동고·HACCP인증 없어

부정·불량 축산물 공급 우려 제기

올해 첫 열린 공공급식센터 운영위 회의에서 한정우(왼쪽 두 번째) 농촌활력과장이 인사말을 통해 공공급식의 발전방향을 제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농약을 사용해 생산한 일반 고춧가루를 친환경고춧가루라고 잘못 공급한데다 또 다른 친환경고춧가루에선 농약이 검출된 옥천살림 친환경고춧가루가 결국 공공급식(학교급식)에서 퇴출당했다.

지난 16일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올해 첫 공공급식센터 운영위원회 심의위원회는 올해부터 옥천살림이 공급하는 친환경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로컬푸드 고춧가루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발생된 친환경고춧가루 파동으로 더 이상 친환경에 대한 의미가 없다는 게 위원들의 주장이다.

이날 회의에선 올해 차액지원 품목과 가격결정이 동시 이뤄졌다. 올해 지원될 차액 지원금은 공공급식으로 1억5000만 원, 학교급식에는 3억7000만 원으로 전액 군비로 지원된다.

지원될 품목은 친환경고춧가루만 제외되고 지난해와 동일하다.

이날 가격결정 회의는 예년과 달리 위원들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된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가격결정 회의는 위원들 의견보다 옥천살림이 제시한 가격이 대부분 반영돼 가격이 높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 위원들은 가격이 비싼 만큼 학생들의 식단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결국 일부 품목은 지난해와 동결됐거나 일부 삭감됐다. 이러기까지는 위원들의 세밀한 시장조사가 있었고, 그에 따른 합리적 의견제시가 공감을 얻었다.

위원 A씨는 “시장조사를 하다보니 똑같은 옥천산 농산물인데 대전보다 옥천이 더 비쌌다”며 “친환경농산물을 취급하는 아이쿱생협과 한살림, 공공급식센터를 운영하는 청주시와 음성군의 가격과 비교했을 때도 옥천살림이 제시한 가격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회의를 이끈 고재환 로컬푸드팀장과 올해 처음 위원으로 선정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한다는 한 단체 회원인 B씨는 “인건비는 오르는데 내릴 수 있나. 친환경농업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며 가격삭감에 반대했다.

이에 C위원은 “가격을 무작정 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옥천살림 가격은 너무 비싸게 책정돼 있어서 일정부분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부언했다.

D위원도 “그동안 옥천살림이 열심히 한 것은 고맙지만 의구심이 든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가격결정 품목 중 참기름 가격이 도마에 올랐다. 옥천살림은 무농약 참기름 가격을 2만5000원, 볶음참깨는 4만 원(작년 가격)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로컬푸드 참기름은 2만5000원, 볶음참깨는 2만7000원으로 제시됐다. 로컬푸드 참기름과 깨의 가격차는 불과 2천원인데 반해 무농약 참기름과 깨는 무려 1만5000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위원들은 의문을 제기했고 차후에 옥천살림 측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

이날 회의장은 옥천살림이 축산물을 공급하겠다며 가격을 제시해 위원들을 또 다시 당황케 했다. 

옥천살림이 제시한 축산물은 쇠고기 갈비를 포함해 총 17품목. 모두 무항생제축산물로, 정부는 오는 8월부터 무항생제축산물은 친환경축산물에서 제외시킨다. 유기축산물만이 친환경축산물로 인정되는 것이다. 

E위원은 “앞으로 무항생제축산물은 친환경축산물이 아닌데다 옥천살림이 축산물을 공급할 경우 기존 공급업체들의 큰 반발이 예상돼 학교급식에 옥천살림이 공급하는 축산물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게다가 옥천살림이 축산물을 공급하는 것은 시작부터 문제라는 지적이다. 군과 옥천살림간 푸드유통센터 협약서에는 축산물에 관한 내용이 없다. 또한 센터에는 축산물 보관에 반드시 필요한 냉동고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데다 HACCP인증도 없어 부정·불량 축산물이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군 관계자는 “옥천살림이 축산물 공급이 가능하다고 해서 가격표에 제시는 했지만 위원회에서 가격결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 공급에 대해 검토된 것은 없다”며 “공급 가능 여부는 추후 자세히 따져봐야 될 것”이라고 말해 현재로선 옥천살림의 축산물 공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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