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년 전 빙하시대 역사 간직한 빙하퇴적암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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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억년 전 빙하시대 역사 간직한 빙하퇴적암 ‘발견’
  • 천성남편집국장
  • 승인 2016.05.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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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근 서울대명예교수, “금강유원지 인근 보존 중요성”밝혀
3년전 학술탐사서 발견... 학술적가치 높아 연구대상
지난 20일 최 명예교수가 옥천 금강유원지(조령리~금암리구간) 인근에 위치한 7억년눈덩이지구(빙하기시대) 역사를 간직한 퇴적층을 보여주고 있다.

<10억 년 전으로의 시간여행 (2016년 휴머니스트출판)>의 저자이며 지질학자인 최덕근(67·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 20일 옥천 금강유원지(조령리~금암리구간) 인근에 위치한 7억 년 전 눈덩이 지구 빙하시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장소를 찾아 공개했다.

‘7억 년 전 눈덩이지구 빙하시대’란 1998년 하버드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학설로 7억 년 전 무렵에 지구의 대륙과 바다가 모두 빙하로 덮였었다는 내용이다. 지구가 모두 빙하로 덮였으니까 우주에서 지구를 보았다면 마치 눈덩이 같았을 것이다. 지금도 빙하가 있기는 하지만, 빙하는 대부분 극지방이나 높은 산악지대에 국한되어 분포한다. 그런데 7억 년 전에는 적도 지방까지도 모두 빙하로 덮였다고 주장하여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본보에 소개된 이 장소는 최 명예교수가 몇 해 전 충주~옥천 일대의 학술탐사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발견한 지점으로, 한국에서 충주호 일원과 함께 7억 년 전 눈덩이지구 빙하시대의 역사를 잘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무척 중요한 곳이라고 말한다.

금강유원지 도로변에 드러나 있는 암석에는 빙하로 덮여있었을 때 쌓였던 퇴적물과 빙하가 녹고 난 후에 쌓였던 퇴적물이 차곡차곡 잘 드러나 있으며, 이 시기에 쌓인 지층을 우리나라 지질학계에서는 옥천누층군이라고 부른다. 옥천 누층군은 약 8억 7000만 년 전에서 5억 4000만 년 전 사이에 쌓인 퇴적층인데, 금강유원지 부근에는 7억 5000만 년 전에서 약 6억 년 전까지 쌓인 지층이 잘 드러나 있다.

약 7억 2000만 년 전부터 시작하여 6억 3500만 년 전까지 전 지구는 빙하로 덮여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시기에 쌓인 암석은 자갈과 진흙이 무질서하게 섞여있는 빙하퇴적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혹독했던 눈덩이지구 빙하시대는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져 기온이 올라가면서 6억 3500만 년 전에 끝났다. 빙하가녹으면서 바다가 열리니까 대기에 들어있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바닷물 속으로 녹아들어가면서 칼슘과 결합하여 빙하퇴적층 바로 위에 약 10미터 두께의 하얀색 석회암을 쌓았다.

그후 따뜻해진 바다에는 오늘날 적조현상을 일으키는 플랑크톤과 같은 미생물이 많이 살았는데, 이들이 죽은 후 진흙과 같은 퇴적물과 섞이면서 검은색의 셰일층을 퇴적시켰다. 그러므로 금강유원지 도로변에는 빙하퇴적층, 하얀색 석회암층, 검은색 셰일층이 시간 순서대로 쌓인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금강유원지 도로변에서 특히 중요한 곳은 석회암층 속에 길이 70센티미터의 화강암 덩어리가 들어있는 곳이다. 석회암은 바다에서 쌓인 퇴적암이고 화강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화성암인데, 퇴적암 속에 화성암이 들어있는 모습은 이상한 일이다.

최 명예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화강암 덩어리는 바다가 열린 후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빙산에 실려 바다 위를 떠돌았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빙산이 녹으면 화강암 덩어리는 바다 밑으로 떨어졌고, 그 때 쌓이고 있던 석회질 퇴적층 위에 놓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이 자그마한 화강암 덩어리는 눈덩이지구 빙하시대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1만 년 이내)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금강유원지 부근에 드러난 옥천누층군은 습곡과 단층작용에 의하여 복잡하게 휘거나 뒤틀렸는데,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지층의 생성순서를 알게 되면 이 암석들이 어떤 과정을 겪어서 휘거나 뒤틀렸는지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7억 년 전 이후의 한반도 역사를 알아내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마치 사관이 자신이 살던 시대의 역사를 글로 기록하듯이 지구는 자신의 활동을 암석 속에 차곡차곡 기록해 놓았다”고 설명하면서, 암석 속에 남겨진 기록을 잘 읽는 일은 한반도 나아가서 지구의 역사를 밝히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충주~옥천 구간만큼 7억 년 전 눈덩이지구 빙하시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곳은 없다”며 “이 길이 100㎞, 폭 50㎞ 구간의 퇴적층과 중국, 미국, 아프리카, 호주 등에서 발견된 빙하퇴적층을 비교 연구하여 7억 년 전 무렵의 지구 모습을 밝히는데 기여할 수 있다”라고 지질학적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금강유원지 부근의 암석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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