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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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0.03.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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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홍주 수필가
동탄 이홍주 수필가

오전에 옥천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 무심히 나갔다가 약국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걸 보고 지금이 비상시국임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 공기는 어제와 다름이 없고 옥천시내가 전에 보던 것과 변함없건만 사람 사는 방식이 몇 달 전보다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서 표정은 볼 수 없어도 먹구름이 잔뜩 누르듯 수심에 찬 무거운 눈빛들이다.

입마개야 평소 미세먼지가 입과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걸쳤건만 요즘은 그런 건 안중에도 없고 눈에 뵈지도 않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하여 씌워야 한다. 같은 옥천 사람이고, 충청도 사람이고, 대한민국 국민이건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버러지 피하듯 해야 하니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사는 게 인간이다.

우리는 지난겨울 중국에서 코로나가 처음 출현했단 소식을 접하고 한두 달 후 우리가 이렇게 처참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 걸 내다보지 못했다. 아니 너무 자신만만했다. 설마 우리가……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 지경이다. 오늘(3월10일)은 이탈리아가 발생건수에서 우리를 추월했지만 전에는 우리가 중국 다음으로 많이 발생해서 세계가 기피하는 나라가 됐으니 선진시민인 우리는 자존심에 먹칠을 까맣게 하고선 전전긍긍이다. 정말 오늘 잘 먹고 잘살며 떵떵거려도 한두 달 앞을 내다 볼 줄 모르고 사는 게 우리들 모습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중국이 그 난리였는데 우리가 무사할 줄 알았나. 몰랐다면 우리들이 잘못이다.

잠시의 방심은 우리에게 큰 재난으로 닥친다. 매년 오는 장마가 몇 년 잘 넘어갔다고 대비를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면 안 된다. 수해로 오는 재난은 터졌다 하면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조용할 땐 그걸 잊고 산다. 지금 도둑이 안 들었다고 문단속에 힘을 안 쓰면 그 또한 안 된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유비무환’을 입이 닳도록 떠들어야 하겠다. 하긴 이 부유한 나라에서, 이처럼 안락하게 잘 사는 나라에서 케케묵은 그런 얘기를 꺼내면 바보소리 들으며 코너에 몰리기 딱 좋다. 한데 재난을 당하고 보면 그런 시답잖은 말이 가장 진리란 걸 알게 된다.
베트남에서 우리의 비행기가 앉지도 못하고 가던 길로 되 날아왔을 땐 참담했다. 박항서 감독이 히딩크 만큼이나 그들에게 자부심을 안기고 그 나라가 환희와 감격으로 들떴을 때 우리도 같이 즐거워했다. 베트남은 우리와 ‘형제의 나라’라도 된듯했었다. 그러나 웬걸, 믿었던 베트남이 자기나라까지 그 멀리 날아간 우리의 비행기를 사전 통보도 없이 그렇게 야멸치게 되돌려 보낼 줄이야. 우리는 속으로 부글부글 했지만 그 국제적 망신을 그냥 고스란히 가슴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배신자라고 하면 우리가 바보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의 국익 앞에서도 코리아가 대단한 존재일거라 생각했다면 우리가 못난 것이다. 내 나라의 국익 앞에, 내 국민의 안녕 앞에 그 무언들 앞설 수 있을까. 그들은 지금 우리 같은 코로나 걱정은 없는 걸로 안다.

우리는 그간 사스와 메르스를 겪었다. 이제 또 코로나라는 것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이걸 잘 이겨내고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몇 년 간격으로 변종바이러스가 나타나는 모양이다. 마스크 같은 것도 썩는 물건 아니니 평소에 국가에서 듬뿍 수매해 비치해두자. 지금은 웬만한 가정에 체온계나 혈압계 같은 걸 다 갖고 있을 것이다. 이젠 마스크도 여유 있게 사서 비치하자. 지금은 많이 살 수도 없고 또 많이 사두면 매점매석이 되니 이걸 극복하고 마스크가 시중에 정상적으로 유통될 때 사두면 된다. 꼭 이런 난리 통이 아니라도 이제 마스크는 우리들의 생활필수품이 됐다. 미세먼지, 황사 땜에 그렇다.

지난겨울 코로나라는 건 생각도 못했을 때 아이들이 KF80이란 것과 KF94라는 마스크를 사 보내줘서 지금 줄서는 건 안했다. 평소 어머니 아버지 미세먼지 막으라고 사준 게 지금 아주 긴요한 물건이 됐다. 난 일반마스크를 사용하다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이젠 이런 것도 우리들 가정에 상비해 두자. 미리 대비하면 걱정이 덜하다. 난 평소엔 이걸 며칠씩 사용했다. 한데 아까워도 오래 사용하지는 말아야 한다.

아주 옛날에도 염병이라고 부른 전염병이 돌아 동네마다 죽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런 것은 사라졌지만 지금은 변종바이러스가 옮기는 병으로 인류가 전전긍긍이다. 치료제를 만들면 또 변종이 생기니 참 기가 막힌다. 이것들과 줄기찬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빨리 이게 사라지고 조용해지기를 기원한다. 모두 개인위생을 철저히 잘 지키자.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손 씻기 같은 게 사실 가장 중요하게 실천해야할 생활수칙이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흘리는 말에 진리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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