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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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의 선물
  • 도복희기자
  • 승인 2020.03.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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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장찬리의 봄날.
이원면 장찬리의 봄날.

 

포항으로 시집가 사는 은희는
남매를 키우는 것도 모자라
베란다 가득 다육이를 키웠다
뿌리부터 내륙의 여자인 은희는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에 살았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곳에 찾아왔다며
포항의 해안가를 돌고 돌았다
우리는 조금 웃고
말없이 한참을 수평선만 바라보았다
안개 가득한 해안가에서
파도의 짠내를 맡으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동대구역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마지막 옥천행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그게 다였는데 다녀간 다음날
바다를 눌러 담아 택배로 부쳤다
마른미역과 마른 다시마 마른멸치에 북어포까지
상자 가득 바다를 채워 보냈다
철썩철썩 파도가 쳤다
사람이 사람에게 보내는 어떤 마음에는
파도소리가 들린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아득해지는 파도에 기대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용궁은 지상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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