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고 살 빠지는 순서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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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고 살 빠지는 순서가 있을까?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4.2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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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세 달 전부터 단단히 결심을 하고 다이어트에 돌입했던 A씨. 드디어 십여 년 가까이 입고 있었던 바지가 이제는 헐렁해져서 더 이상 맞지 않았다. 새로 바지를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띠게 된다. 사실 50대에 들어서면서 올챙이배처럼 볼록 나온 뱃살도 문제였지만 조금만 빨리 걸어도 예전과 달리 금세 숨이 차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병원의 정기검진에서 혈액 중 중성지방이 높고, 혈당도 높아서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 다이어트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저녁모임을 끊고 간식도 줄이고, 열심히 걸은 끝에 체중이 6kg이나 빠지고 뱃살도 눈에 띄게 들어간 것이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던 터였다.


그런데 어제 한동안 보지 못했던 지인을 길에서 마주치면서 들은 이야기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그 지인은 A씨를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지면서 ‘어디 아프신 데는 없으세요? 얼굴이 아주 안 되어 보여요’라고 걱정스럽게 물어 보았던 것이다. 


사실 요즘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던 A씨는 그 말에 적잖이 의기가 소침해졌다. 그리고 체중을 더 줄여야겠다고 목표를 세웠던 A씨는 계속 다이어트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A씨와 같은 일은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겪게 되는 일이다. 살을 빼면서 왜 이런 일들이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살이 찌거나 빠지면서 부위별로 일정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살이 찌면서 인체 부위별로 체지방이 분포하는 패턴은 성별과 인종, 나이, 식습관과 스트레스에 의한 영향을 받는다. 특히 성별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 이유는 성호르몬에 의한 영향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에 의해서 엉덩이나 넓적다리 부위에 체지방이 발달하기 쉽다.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허리와 복부 부위에 지방이 더 많이 축적된다. 


식이조절과 운동에 의해서 지방이 빠지는 양상은 마치 양파가 벗겨지듯이 몸 전체의 피하지방층이 얇아지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양파가 바깥쪽부터 벗겨지는 것처럼 지방이 빠진다고 해도 몸 전체에서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빠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위가 상대적으로 다른 부위보다 많이 빠지는 것이다. 체중이 증가할 때 상대적으로 체지방이 더 많이 붙거나, 체중이 줄 때 상대적으로 지방이 더 잘 빠지는 부위가 있는 이유는 지방조직에 있는 아드레날린성 수용체의 종류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베타수용체가 많은 부위에서는 지방의 분해가 쉽게 일어나고, 알파수용체가 많은 부위는 지방의 축적이 더 쉽게 일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수용체의 분포와 수효는 에스트로겐과 같은 성호르몬과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온 몸에서 피하지방이 빠지는 패턴은 가장 최근에 지방이 축적된 부위에서 더 먼저 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방분해가 이루어지면서 양파가 벗겨지듯이 피하지방층이 얇아지지만 가장 나중에 지방이 축적된 부위에서 우선적으로 지방이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지방이 축적되었던 부위가 가장 나중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A씨의 경우 몸통과 팔다리, 그리고 얼굴 순으로 지방이 축적되었던 것과는 역순으로 체지방이 빠지면서 얼굴 부위의 체지방이 먼저 빠지다 보니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탄성을 잃어서 마치 병색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럴 때 전혀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속적인 운동과 섭취 칼로리 감소를 통해 체중을 감량시키면서 한편으로 균형 있게 영양을 섭취하려고 노력하면 결국은 더욱 건강한 얼굴색을 갖게 된다. 식사조절과 함께 운동을 병행하면 피하지방이 빠지는 것에 앞서서 내장지방이 더욱 효과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이 내장지방은 혈당과 혈중 중성지방, 그리고 염증수치가 높아지는 것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체중을 줄인 A씨는 바지를 새로 사는 즐거움도 얻지만 그보다 더 큰 건강상의 이득을 얻는 셈이다. 얼굴이 안 되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고 전혀 실망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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