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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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0.05.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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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수필가
이종구 수필가

 

6월,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한다. 나라 사랑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기리고,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하는 달이다. 2015년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6월 초부터 70일간 국기 게양 운동이 벌어져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었다. “태극기 거리 만들기”, “나라 사랑 거리” 등 이름도 거리도 마음에 들었다. 녹음 짙은 가로수 사이로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었다.


국경일 전날 밤이면 어김없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한다, “내일은 00절이니 국기를 게양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다음 날 나가보면 몇 집 정도 태극기를 게양했을 뿐, 태극기를 달지 않는 집이 적잖이 눈이 띤다. 그간 우리는 얼마나 국기를 소중하게 여겼는지? 나라 사랑이라는 말을 얼마나 마음속에 되새겼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태극기는 관공서나 게양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어쩌다 뉴스에서 보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 정치인, 태극기를 훼손하거나 불태우는 몰상식한 사람들의 소식을 볼 때마다 속이 상했다. 지난해 모 초등학생이 쓴 글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현충일 국기가 게양되지 않은 아파트의 사진과 함께 “현충일이 맞아요? - 조기 게양 너무 적어요”라는 이야기였다. 어른으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70년대에는 국기 하강식이 있었다. 오후 6시 애국가가 울리면 행인들은 모두 멈추어 서서 하강하는 국기를 보면서 엄숙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다. 하지 않거나 걸어가면 경찰에 단속되기도 했다. 영화 『국제시장』에도 엄숙한 애국가 제창 장면이 나온다. 물론 그 당시 군사 정권에 의한 강압적 애국심 고취는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요즘의 세태와 더불어 비교해 보면 국기에 대한 예절과 비례하여 애국심이라는 것도 전보다는 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라에는 국기가 있다. 민족정신의 상징이다. 태극기에는 평화, 단일과 통일, 창조, 무궁, 광명 등 의미가 들어있다고 한다. 「La Marseillaise」-프랑스 국가에는 그들이 자유를 위해 싸운 깃발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프랑스의 국기엔 자유, 평등, 박애를 나타내는 삼색기가 됐다. 나라마다 특징 있게 국기에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국기를 아끼고 사랑하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바로 나라 사랑의 구체적인 행동이 아닐까?


국기를 사랑하고 애국하자는 것이 국수주의가 되자는 말이 아니다. 이 땅에 살면서 최소한의 국민적 의무를 하자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나라를 사랑하고 국기와 국가(國歌)를 존중히 여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여 년 전 필자가 계룡시의 한 초등학교 1학년을 교실을 방문했을 때이다. 3월 말 학부모 초청 수업 공개였다. 학습 내용은 국기 색칠하기 - 도화지에 국기 본을 인쇄해 주고 태극과 4괘를 색칠하는- 였다. 수업 후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미국에 거주하다 귀국한 학부모였는데, “귀국하면 우리 애가 애국심을 얼마나 기르게 될까 걱정했어요. 미국에서는 1학년 입학하면 철저하게 애국 교육을 해요. 그런데 오늘 국기 그리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어요.”라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애국 교육을 할는지 걱정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분이 거주했던 곳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 곰곰이 되씹어 볼 말이었다.


국기 - 과연 국기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나라이고 민족정신이 아닐까? 국기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나라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과 같다. 국기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과연 이 땅에 살 자격이 있을까? 이 땅에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국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국민의 기본적인 자세는 아닐는지. 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하여 군인들에게 자긍심과 국가 수호의 애국심을 고양하고 있다.


현충일이 다가온다. 지구상 모범적으로 covid19를 이겨가는 우리들의 높아진 국격에 맞게 조기를 게양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기르는 6월-호국보훈의 달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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