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된 세상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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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된 세상 속에서
  • 김선환 한남대학교 화학과
  • 승인 2020.06.0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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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한남대학교 화학과
김선환한남대학교 화학과

세상이 정지되었다. 수많은 인간들의 활동이 느려지고 멈춰서기 직전이다. 단지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언제 인간이 스스로 행동을 자제하고 집안에만 머문 적이 있는가.


코로나의 피해가 두려운 것이다. 죽음의 목전에서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불과 삼사 개월 동안 일어난 일이다.

그동안 소위 인간들이 말하는 경제는 엉망이 되었다. 모든 나라는 코로나의 전파를 막기 위해 법석이다. 이미 대처능력이 소진된 나라도 많다. 그러나 사람의 생활이 어려워지니 서서히 제한을 풀어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코로나가 물러나지도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또 움직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것이다. 아마도 완벽한 방역은 포기한 채 인간은 계속 활동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발생시킨 나라가 어딘지 찾기 시작했다.

책임을 묻기 위함이나 쉽지 않은 조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인류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다. 또한 차후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없다. 아마도 금세기에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좀 더 혹독한 시련을 겪고 나서야 대책이 설 모양이다. 이미 관련 학자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경고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학자들의 경고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저 하는 소리로 듣는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탄소 소비로 인한 기후 변화가 초래할 재앙은 어렴풋이 알려져 있다. 바로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 파괴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개발을 제한하고 소비를 줄이자 등의 논의는 없다는 점이다. 지구의 인구도 너무 많고 소비도 과하고 생산도 과잉이다. 지금은 지구자원의 한계를 걱정해야 하는 목소리도 작지만 나오고 있다.

코로나는 비교적 적은 일부 희생을 치루고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또 다른 바이러스가 급습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간의 자연 파괴는 지속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창궐은 큰 틀에서 보면 자연 파괴로 인한 지구환경의 변화의 한 현상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인간이 활동을 줄이면서 세상이 맑아지는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 활동의 축소로 하늘과 강과 바다가 맑아지고 있다. 동물원에서는 사람에 시달리던 동물들이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으며 관객이 던져주는 먹이에 재롱을 안 피워도 된다는 사실이다.

인류역사에 잠깐의 휴식이 온 것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지만 뭔가를 고안해서 무료함을 달래고 그들 방식대로 소통을 시작했다. 이제는 변화되는 생활패턴을 익혀야 한다. 코로나 종식 후 다시 이전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생각 없이 코로나 이전처럼 행동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자연이 살아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21세기에 19세기 삶의 양식을 따를 수는 없다. 단지 우리 모두가 자연 훼손을 자제하고 과량소비를 줄이고 친환경적인 경제활동을 한다면 자연은 우리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그러나 커진 활동을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자연환경을 더 이상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해야 할 일이다.

부의 확대를 위하여 도시를 확장하고 자연에 인공물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자연의 훼손이다. 가능한 지금의 범위에서 멈추고 장기적으로는 원상회복을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의 삶의 방식도 변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경제 발전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후대에게 삭막한 지구를 물려 줄 수는 없다. 인류 스스로 멸종의 길로 가서도 안 된다. 이번 기회에 대안을 강구하고 모든 인류가 실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상의 삶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코로나 세상처럼 조금은 느리게 정지되는 삶으로의 방법을 택해야 한다. 국가 간의 갈등이나 대결도 해결책이 아니다. 시작되지도 않은 국가 간 대책의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개개인이 나서서 알리고 동참자를 구해야한다. 그리고 각자 실천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지고. 자연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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