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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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짓기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0.07.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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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흥주수필가
동탄 이흥주수필가

 

얼마 전 귀한 손님 제비가 찾아와 처마 밑에 집을 짓기 시작 했다. 너무 놀랐다. 제비가 찾아오다니……난 내 눈을 의심했지만 현실이었다. 옛날이야 가장 흔한 게 제비였지만 웬일로 수십 년 간 제비는 일 년에 한 번도 못 보는 귀한 새가 되었다. 그 진객이 내 집에 찾아들어 집을 짓는다는 게 믿기 힘들고 한편으론 너무 좋았다. 아, 제비야 반갑다 이게 얼마 만이냐. 난 매일 제비를 쳐다보는 게 일과가 되었다.


 제비가 집을 짓는 걸 쳐다보고 있으면 신기하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저리 정교한 건축술을 배웠을까. 부부가 정신없이 진흙을 물어다 찍어 붙이는데 참으로 묘하다. 그냥 진흙만 사용하면 견고성(堅固性)이 떨어질 것이다. 진흙에 가는 풀잎줄기 같은 것을 섞어 짓는다. 난 시멘트에 철근을 생각했다. “얘, 제비야 신통하기도 하다. 어디서 그런 기술은 배웠느냐. 영장이라는 인간은 제집 제가 지을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참으로 인간보다도 너희가 낫다!” 넋을 잃고 쳐다보며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제 손으로 짓기는커녕 남이 져놓은 집 분양권을 따 돈이란 걸 벌기에만 눈이 벌겋다. 영장의 머리로 저는 못 하지만 남이 져 놓은 집을 이용해서 내가 살기도 하고 그걸 이용해 돈벌이도 하니 만물의 영장이긴 하다. 제집도 지을 줄 모르는 인간이지만 남의 머리 빌리는 기술은 가졌으니 제비가 못하는 걸 사람은 한다.


 제비뿐이 아니다. 까치가 집을 지은 걸 보면 사람이 일부러 부수려 해도 잘 부서지질 않는다. 나뭇가지를 얼마나 정교하게 서로 얽어맸는지 쉽게 부서지지도 않는다. 아주 조그마한 새는 어떤가. 그들이 마른풀 줄기를 얽어 주먹보다도 작은 집을 지어 놓은 걸 보면 견고하기가 철근콘크리트이고 벽돌집보다 훌륭하며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아름답다.


 몇 년 간을 밭 창고 빗물 홈통에 애기 주먹만  명새가 집을 지으려고 하며 못 짓게 말리는 나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창고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 모아 농약 살포하는 물로 사용하려고 처마빗물받이에 얇은 양철 주름 관을 구부려 큰 플라스틱 통에 대어 놓았다. 한데 이른 봄이면 통 물위에 이끼가 떨어져 있는 게 보인다. 이게 어디서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 그게 주름 관 안에서 떨어진 걸 알았다. 주변에 그 작은 새가 찍찍거리며 맴돈다.


 그 새가 주름관 안에 집을 지으려 안에다 이끼를 물어다 잔뜩 채워 놓은 것이다. 길이가 1m는 되고 직경이 6,7cm 정도 되는 관 안에 그 많은 이끼를 물어다 채우느라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아래 위가 통해서 밑으로 흘리기도 하여 통 안에 이끼가 보였던 것이다.


 난 인정사정없이 그 이끼를 털어냈다. 많은 양이다. 그 바람에 주변이 온통 이끼로 퍼렇다. 털어내면 다시 채우고, 털어내면 다시 채우고. 애기주먹만한 작은 새가 나와 싸움을 하는 것이다. 나는 조금 귀찮을 뿐이지만 그 새는 절대 절명, 목숨을 걸고 투쟁을 하는 것이다. 어쨌든 그 작은 새가 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 며칠을 두고 끈질긴 새와 투쟁을 벌이다 인간의 얄팍한 머리를 굴리어 관 위를 새가 못 들어가게 나무토막으로 눌러 놓았다. 그래도 그 틈으로 빗물은 통으로 떨어진다. 사실 그 새가 주름관 안에 집을 지어도 빗물이 흐르는 관이니 비만 오면 집이 젖어서 불편했을 것이다. 하긴 새집이라는 게 애초에 비 가림 같은 건 없다. 비만 오면 새는 제 온몸으로 막아 알을 보호할 수밖엔 없다. 몇 년을 그리 명새와 싸움을 했는데 이젠 포기를 했는지 안 온다.


 제비 부부는 쉴 새 없이 진흙을 물어다 보금자리를 쌓아 올린다. 4일쯤 지나니 집이 얼추 완성되었다. 그 후론 아내가 알을 낳는지 집안에 들어있고 남편은 옆 전깃줄에 앉아 아내를 지킨다. 난 귀여운 제비새끼를 머릿속에 그리며 미소를 짓고 그런 제비들을 올려다본다. 그 녀석들은 우리 내외를 전혀 경계하질 않는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새가 제비다. 우리는 그 부부를 우리 가족으로 생각한다. 이제 새끼가 태어나면 가족은 확 불어난다.


 요즘은 알을 품는지 부부가 교대로 집안에 들어 앉아있는 게 보인다. 집 짓는 것도 신기하지만 모든 게 어찌 저리 부부가 손발이 척척 맞는가. 똑같이 집을 짓고 똑같이 알을 품고. 누구는 빈둥빈둥하고 누구는 일만 하고 하는 게 저 부부에겐 없다. 그저 서로 최선을 다 하는 것만 있을 뿐이다.


 우리 집 새 식구 제비 부부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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