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명 아기탄생 산증인 ‘이산부인과’···여성 건강 파수꾼
상태바
8천명 아기탄생 산증인 ‘이산부인과’···여성 건강 파수꾼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7.09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국 원장, 1986년 개원 이래 군 단위
산부인과 유일하게 남아, 35년 외길 인생

미국 노르웨이 입양아들 친부모 찾으러
출생기록 조회차 방문, 가장 보람 느껴

“가족계획 명목하에 정부 산아제한정책은
근현대사에서 가장 잘못된 정책” 지적

이산부인과 이병국원장
이산부인과 이병국원장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성산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주고받는 아침인사. 그 풍경은 상쾌한 산소방울과도 같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산에 오르며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하하하큰 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네는 이산부인과 이병국(68) 원장.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의 건강함은 청년이 부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선수로 다져진 몸에 매일 산에 오르니 건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웃 마을 금산군 추부가 고향인 그가 35년 전 처가 마을 충북 옥천에 산부인과를 개원했다. 당시만 해도 하루 10여명의 아이가 태어났던 터라 그의 하루는 신생아를 받는 것에서 시작해 제왕절개수술로 마무리하는 그야말로 대성업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산아제한정책으로 출생아수가 급격히 줄면서 5년 전 아예 분만실을 폐쇄하고야 만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여성 건강 파수꾼의 손이 느슨해진 건 아니다. 여전히 충북 옥천 여성들의 건강지킴이를 자처하는 그의 백의(白衣) 인생 속으로 들어간다.

 

이병국 원장은

이산부인과 이병국 원장의 고향은 충북 옥천의 이웃마을인 금산 추부다. 그곳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전 보문고등학교를 거쳐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이다. 레지던트(인턴과정을 수료한 뒤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의)를 을지대학교병원에서 마친 이 원장은 산부인과 과장을 맡게 된다. 그러던 그가 약사 부인 강정흠(62) 여사와 결혼하면서 19869월 처가 마을 옥천에 산부인과를 개원하게 된다. 그러기를 35년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치 변함 없이 백의(白衣)를 입고 여전히 여성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손을 놓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부인 강 여사 사이에 11남을 두고 있다.

 

8천명 아기탄생 산증인

보은, 영동은 말할 것도 없이 수도권 서울, 수원, 과천은 물론 충청권 청주, 부여, 논산, 대전에 이어 경상도 구미, 포항에서까지 아기를 낳는데 이산부인과를 찾았다. 이처럼 먼 외지에서 찾아온 건 친정이나 시집이 충북 옥천인 까닭이라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한 달이면 20명은 적은 거고 30~40명 신생아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출산기록부는 총 3권이다. 산모 이름에서 나이, 아기 아빠, 주소, 연락처, 출생시간까지 자세히 기록해 뒀다. 지금도 가끔은 태어난 시간을 알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고 하는 이곳은 개인 산부인과라기 보단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의 장()이기도 하다. 그렇게 이곳에서 태어난 신생아만 7996명에 이른다. 기자와 동행 취재한 본지 김수연 기자도 이곳에서 태어났단다. 김 기자는 자신의 출생기록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낀다.

 

외길 인생, 보람도 크다

생명의 탄생을 이끈 이 원장의 보람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4년 전 6월에 있었던 일을 잊을 수 없단다. 이곳에서 미혼모로부터 태어난 아기는 홀트아동복지를 통해 미국과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이 양부모와 함께 친부모를 찾겠다고 이곳을 방문했다.

이 원장은 양부모의 따뜻한 사랑으로 천진난만하게 자란 모습을 보고 무척 감사했다. 비록 친부모는 찾지 못했지만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을 보니 보람을 느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산부인과는 계속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개원 때부터 한 가족 윤희자 간호사

개원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함께 일해 온 직원이 있으니 윤희자(61) 간호사다. 35년 함께해 왔으니 직원이라기 보단 한 가족일 게다.

윤 간호사는 한참 출산이 많을 때는 밤낮이 없었다. 24시간 대기상태였다. 지금은 분만을 하지 않아 몸은 편하지만 그만큼 국가적으로 출생아가 줄어들어 안타깝다. 그래도 남부3군에서 유일하게나마 분만 산부인과를 유지하려 했지만 출산건수가 크게 줄어 인건비도 안 됐다. 성모병원 산부인과 간호사를 여기서 트레이닝해서 보내기도 했는데 성모병원조차 산부인과를 두지 못할 정도가 됐다며 아쉬워했다.

 

범사회적 출산장려 분위기 있어야

이 원장은 정부는 가족계획이라며 산아제한정책을 폈다. 둘만 나아 잘 기르자며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을 실시했다. 산부인과와 소아과 의원이 줄어드는 것은 옥천만의 현상은 아니다. OECD국가 중 출산율 최하위인 우리나라가 출산을 늘리는 데 지자체 차원의 정책만으론 한계가 있다. 보육과 교육문제서부터 주택문제 등 복합적으로 얽혀있어서 국가차원의 획기적 정책이 아니면 안 된다고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요구된다. 임산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많은 변화를 가져오긴 했지만 내 아이가 아닌 국민 모두가 우리 아이라는 인식으로 함께 교육하고 돌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원장은 옥천군민을 향해 체력은 국력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도 건강을 잘 지키고 공기 좋은 옥천에서 모두가 행복하고 잘 지내시길 바란다고 간절함을 담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