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계주를 잡아주세요”···장맛비 속 눈물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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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 계주를 잡아주세요”···장맛비 속 눈물의 하소연
  • 임요준기자
  • 승인 2020.07.16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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곗돈과 빌려준 돈 떼인 25억 피해자들
잠적한 계주 오빠가 이사장으로 근무하는
한 금융기관 건너편에서 한 달간 ‘집회’

잠적했다는 소식에 쓰러져 입원한 환자도
아들 결혼자금 모아온 한 어머니도, 70대
할머니까지 모진 사연 속 피해자들 ‘호소’

 

누가 이들을 장맛비 속 거리로 내몰았나
누가 이들을 장맛비 속 거리로 내몰았나

 

“2018년부터 빌려줬다. 빌려갈 때마다 (계주)아들 입원비가 필요해서, (계주)오빠가 잘 되면 보답하겠다고 해서 빌려줬다. 작년 8월부터 돈이 필요해서 달라고 하니까 아직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 빌려서 써라해서 친구들한테 빌려서 쓰고 있다. 그 돈도 갚아야 하는데 작년 12월부터는 오빠 땅 팔리면 준다면서 미뤄왔다

충북 옥천에서 곗돈과 빌린 돈 25억 원 가량을 갚지 않고 잠적한 계주이자 차용인 A(본지 2131면 보도)의 행적이 묘연한 가운데 그에게 1억 원을 떼인 60대 후반 여성 B씨의 울먹인 증언은 계속됐다.

“3월부터 돈 달라고 계속 재촉했더니 20일에 말하길 신협에 대출서류 넣었더니 될 것 같다며 신협에서 온 문자도 보여줬다. 그걸 믿었다. 그러고도 갚지 않아서 여러 차례 전화하고 429일 목욕탕(계주 A씨가 근무했던 곳)으로 갔다. 사람들 있으니까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오더니 여지껏 기다렸으니 54일은 연휴도 길고 하니까 연휴 이후 원금하고 이자 꼭 갚겠다. 누구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며 약속했다. 그러더니 6일에 아는 언니가 ‘(A씨가) 도망갔단다. 얼릉 모 식당에 가봐라라고 말해 줬다. 가서 보니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20명은 족히 모여 있었다. 너무 황당하고 신랑(남편)도 모른다. 나 혼자 속앓이 하다가 쓰러져서 119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갔다. 식당 다니며 한 푼 한 푼 모은 돈인데...이젠 돈이 하나도 없다. 너무 힘들어 (A씨의) 오빠에게 전화도 하고 3번을 찾아가 만났지만 동생일이라 (나를 찾아와도) 소용없다. 오지 마라고 했다. 사모(A씨 오빠의 부인)에게 너무 힘들다고 말해도 음료수 하나 쥐어 주면서 언니 혼자여야 해주지라며 안 된다고 했다며 울먹였다. 그는 쏟아지는 빗속 허공을 향해 도와주세요외마디 외치더니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충북 옥천지역에서 최대 금융 사건이 발생한 지 2달 여. 적게는 1천만 원에서 2억 원이 넘는 곗돈과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만도 5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애처로운 사연을 가슴에 담고 거리로 나섰다.

충북도 경찰청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 이들은 충북 옥천경찰서에 지난 13일부터 한 달간 집회신고를 하고 A씨의 오빠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 금융기관 건너편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곳은 A씨가 근무한 이사장 소유 목욕탕 앞이기도 하다.

세차게 내린 장맛비 속에 피해자 7명은 이날 아침 8시부터 신고된 집회 장소에 모여 사기꾼 계주를 찾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이사장이자 법무사인 그의 사무실 앞으로 자리를 옮겨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이 이곳 금융기관과 법무사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시작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A씨가 돈을 빌리면서 일부 이사장 선거자금으로 사용한다고 했다는 것.

이들에 따르면 A씨가 돈을 빌리면서 여러 차례 오빠(이사장)와 관련된 말을 했고, 금융기관 이사장이면서 법무사이기에 더 믿고 빌려줬다는 것이다.

이에 기자는 당사자 이사장에게 전화와 휴대폰 문자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끝내 답이 없어 그의 의견을 듣지 못했다.

4500만 원을 빌려줬다는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A씨가 말하기를) 오빠가 앞으로 군수 나올 건데 망신시킬 일 있냐. 실수 안 하고 꼭 준다고 했다사람을 이렇게 병신 만들어 놓고 도망갔다. 이사장 선거할 때도 목욕탕 있는 사람들이 다 도와주고 했다. 앞으로 큰 사람(군수) 만든다 해 놓고 도망갔다. 아저씨(C씨 남편)가 아파서 치료비에 써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7천만 원을 빌려줬다는 D씨는 돈을 빌릴 때는 한꺼번에 큰 돈 빌리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빌려갔다. 또 옆에 누가 있으면 쉬쉬하면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려가 말하곤 했다처음부터 의도적 이었다고 강한 의심을 드러냈다.

20177백만 원, 20188백만 원에 이어 작년까지 연이어 총 1850만 원을 빌려줬다는 70대 할머니 E. 자녀들에게 조금씩 받은 용돈을 모았다는 그는 조금씩 빌려가 몇 달 만 쓸 줄 알았다. 생각만 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난다며 격분했다.

다음 달 결혼하는 아들을 위해 매월 250만 원씩 6회에 걸쳐 곗돈을 부어왔다는 F씨는 작년에 받은 곗돈 2천만 원도 받지 못했다.

그는 아들 장가보내려고 60이 넘은 나이에도 공장 일 하며 모아온 돈이다. 결혼할 때 한꺼번에 준다하기에 믿고 줬는데...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관절염에 휘어진 손가락을 내보이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

“11개월만 쓰고 준다기에 2억 이라는 돈을 빌려줬다. 오빠가 빚 다 해결해 줄 거라고 장담했지만 해결된 건 하나도 없고 소문도 없이 도망갔다며 분통을 터트린 E.

피해자가 수십 명에 이르자 인력이 부족한 옥천경찰서마저 감당할 수 없어 수사는 도 경찰청에서 직접 나선 옥천 초유의 금융사기 사건. 행적을 감춘 A씨는 강원도 모처에서 숨어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식당 일에 공장 일까지, 남편 치료비에 아들 결혼자금까지...하늘로 솟았는지 땅에 꺼졌는지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들의 한 맺힌 눈물이 장맛비에 섞여 옥천을 적시고 있다.

누가 이들을 장맛비 속 거리로 내몰았나
누가 이들을 장맛비 속 거리로 내몰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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