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취하면 천일 가는 술​(千日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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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취하면 천일 가는 술​(千日酒)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20.08.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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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일취천일(一醉千日)이란 한번 취하면 천 일간 기분 좋게 취하여 누워있다는 뜻으로 아주 좋은 술을 천일주(千日酒)라 한다.

술을 한자로는 삼수변에 닭유()를 써서 주()라고 적는다. 이 술 주() 글자는 닭()이 물()을 마시듯 조금씩 마시라는 뜻으로 해석 할 수도 있다.

 

보리밭을 지나기만 해도 취한다는 과맥전대취(過麥田大醉)의 맹탕이 있는가 하면 고래가 물을 마시듯이 주량이 한정 없는 경음(鯨飮)도 있다. 주도유단(酒道有段)이란 글을 남긴 청록파(靑鹿派) 시인 조지훈은 주도(酒道)18계급의 급수와 단수로 나눴다.

1)불주(不酒)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외주(畏酒)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민주(憫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은주(隱酒)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어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상주(商酒)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이()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6)색주(色酒) 성생활(性生活)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수주(睡酒) 잠이 안 와서 술을 먹는 사람.

8)반주(飯酒)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학주(學酒) 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주졸(酒卒)).

10)애주(愛酒) 술의 취미(趣味)를 맛보는 사람(주도(酒徒)).

11)기주(嗜酒) 술의 진미(眞味)에 반한 사람(주객(酒客)).

12)탐주(耽酒) 술의 진경(眞境)을 체득(體得)한 사람 (주호(酒豪)).

13)폭주(暴酒) 주도(酒道)를 수련하는 사람(주광(酒狂)).

14)장주(長酒) 주도(酒道) 삼매(三昧)에 든 사람(주선(酒仙)).

15)석주(惜酒)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주현(酒賢)).

16)낙주(樂酒)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사람(주성(酒聖)).

17)관주(觀酒)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주종(酒宗)).

18)폐주(廢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열반주(涅槃酒)).

 

정도껏 마시면 온갖 시름을 잊게 해 주는 망우물(忘憂物)이 된다고 한 사람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시인 중국 육조(六朝)의 도연명(陶淵明)은 가장 좋은 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넥타르(Nectar)라 했는데, 죽음을 물리친다는 신주(神酒)를 말하는 것으로 오늘날 과일을 으깨어 만든 진한 주스를 가리키니 술의 단계는 아니다. 한 번 취하면(一醉) 1000(千日)을 기분 좋게 누워있다는 술이 최고의 술이란다. 술 마시고 취해 장례까지 치르게 한 술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서진(西晉)의 장화(張華)가 지은 기담집 박물지(博物志)’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유현석(劉玄石)이란 사람이 중산(中山)의 술집에서 술을 샀다. 주막에서는 한 번 마시면 1000일동안 취한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을 깜빡했다. 취한 채 집에 돌아온 유현석은 인사불성 꼼짝할 수 없었다. 가족들은 그가 죽었다고 여기고 장례를 치렀다. 주막에서는 천일이 다가오는 것이 생각나 깰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집에 찾아가 이야기했다. 집안사람들이 관을 열어 보니 유현석은 부스스 술이 깨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술 좋아하는 사람 쳐놓고 악인이 없다는 것은 만사에 악착같이 달라붙지 않고 흔들거리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모든 일에 야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술이란 자기 몸에 맞게 적당히 기분 좋게 마시면 최고의 보약이다. 술은 또 누구와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맛도 달라지고 의미도 달라진다. 부모님께 올리는 술은 효도주(孝道酒), 자식에게 주는 술은 훈육주(訓育酒)이며, 스승과 제자가 주고받는 술은 경애주(敬愛酒)라고 한다, 누군가 내가 술을 좋아하고 술 또한 나를 졸졸 따르니 내 어찌 이 한잔 술을 마다하리오. 내가 술을 싫다 하니 술이 나를 붙잡고 술이 나를 싫다 하니 내가 술을 붙잡는구나.”라고도 했고 조선 선조때 삼정승을 지낸 정태화는 술을 취게 먹고, 도렷이 앉았으니 억만 시름 가노라.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억만 시름 보내리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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