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해서 우린 평소에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경험이 필요하다. 바로 운동을 통해서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아무 때나 아드레날린이 분출된다면 그 사람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거나, 건강을 잃게 된다.
흔히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었다’라는 표현은 정서적으로 매우 흥분된 상태를 나타낸다. 그런데 이 아드레날린의 분출은 인류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생리반응이다. 왜냐면 부신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이유는 인체가 임박한 상황에 처해서 다량의 에너지를 동원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인류가 수렵과 채취를 하던 시절에는 수시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는 반응이었다. 예를 들어 맹수를 만나거나 적대적인 이웃 부족의 침입을 받았을 때 싸우거나 도망치기 위해서는 팔다리를 비롯하여 온몸의 근육에 다량의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이처럼 에너지 총동원체제를 갖추도록 해주는 호르몬이 아드레날린이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심장이 빨리 뛰어서 혈액의 순환속도를 높이게 된다. 움직이는 근육에 더 많은 혈액과 산소, 그리고 에너지원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팔다리의 근육에 분포된 혈관도 확장되어 더 많은 혈액을 받아들인다.
반면에 내장영역에 분포된 혈관은 수축시켜서 혈액의 흐름을 감소시킴으로써 더 많은 혈액이 운동하는 근육으로 보내질 수 있도록 해준다. 또 기관지를 확장해서 더 많은 공기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산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그뿐이 아니다. 아드레날린은 간에 저장된 탄수화물을 혈액으로 방출하도록 하여 혈당을 상승시키고, 지방조직에서는 저장된 지방이 분해되어 혈액으로 나오도록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탄수화물과 지방이라는 에너지원이 근육으로 더 많이 보내지게 된다.
이처럼 아드레날린은 우리 몸을 전투를 앞둔 전사처럼 준비시켜준다. 그러므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은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는 긴요한 반응이다.
그렇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은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다. 심장질환,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암과 같은 질병의 주된 요인이라는 점은 더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대인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스트레스 원에 노출된 셈이다. 즉 스트레스의 형태가 더 간접적이고 만성적이며 반복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이 새로운 형태의 스트레스에 대해 인류는 아직 잘 대처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사소한 일에 쉽게 냉정함을 잃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성격의 사람을 H형 성격이라고 한다. H는 적개심(hostility)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수록 심장병의 위험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졌다. 쉽게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성격인 셈이다.
그뿐 아니라 스트레스의 결과 지속적인 아드레날린의 분비는 뇌로부터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고, 이어서 부신피질로부터 코티솔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그 결과로 혈액 중 코티솔 수준이 만성적으로 높아지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인체의 면역기능이 억제된다. 여러 가지 질병에 대해 인체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 노출되는 것이다.
한편 운동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때에도 앞서 설명한 똑같은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난다. 그러나 운동에 의한 이러한 생리적 반응은 결국 인체에 유익하게 작용하여 건강을 증진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정서적 스트레스와 운동은 똑같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지만 왜 장기적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날까?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두 가지 경우 모두 인체가 막대한 에너지동원 체계를 갖추도록 하지만 운동은 실제로 그 에너지를 쓰는 반면에 스트레스는 아무런 에너지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서적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혈액으로 흘러나온 혈당과 지질은 갈 곳을 잃어버리고, 결국에는 내장지방으로 저장되는 운명이 된다. 그러나 운동 중에 이 에너지원들은 매우 활발하게 운동하는 근육으로 유입되고, 쓰이게 된다. 운동으로 아드레날린이 우리 몸에서 일으키는 신박한 변화를 즐겨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