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사람이 음주를 즐겼던 법, 주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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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사람이 음주를 즐겼던 법, 주령구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10.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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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령구 복제본 (출처:국립민속박물관)
주령구 복제본 (출처:국립민속박물관)

 

1974년 수백 년간 방치된 경주 월지 연못의 물을 모두 빼내고 뻘을 퍼내는 작업이 시행됐다. 연못 바닥의 뻘을 퍼내기 시작하자 신라 왕자가 살았던 동궁의 정원이자 놀이터였던 월지에서 약 15,000점이 넘는 유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숟가락·청동거울 등 생활용품부터 불상·유람용 배까지. 그 중 유난히 신기하게 생긴 유물 하나가 출토됐다. 바로 주령구다.


주령구는 1975년 월지의 서쪽 바닥에서 출토됐는데 연구원들은 처음에 사각형 6면, 육각형 8면의 총 14면체로 생긴 이 기구의 용도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나중에 각 면에 새겨진 한자를 해석한 후 신라 귀족들이 술자리에서 가지고 놀았던 주사위였음을 밝혀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주령구 실물은 발굴 후 건조기에서 습기를 제거하다 기계의 오작동으로 불타 사라져 버렸다. 지금 각 박물관에 보관된 주령구는 모두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재현해 놓은 복제품이다.


사각형 면에 적힌 벌칙으로는 ‘소리 없이 춤추기’, ‘여러 사람 코 두드리기’, ‘한 번에 술 석 잔 마시기’ 등이 있고 육각형 면에 적힌 벌칙으로는 ‘누구에게나 노래시키기’, ‘월경 한 곡조 부르기’, ‘시 한 수 읊기’ 등이 있다.


이 주령구는 신라인의 놀이문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의 수학적 사고가 얼마나 높았는지도 나타낸다. 신라 사람들은 주령구 정육면체의 삼면과 세 변이 한자리에 만나는 꼭짓점을 일부러 변의 절반보다 6㎜가량 더 깊게 잘라서 만들었다. 


변의 절반을 정확히 잡아 자를 경우 똑같이 사각 면 6개와 삼각면 8개로 이루어진 14면체(육팔면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각 면의 면적과 삼각 면의 면적이 큰 차이를 지니게 돼 던져서 얻는 경우의 수가 고르지 못하게 나온다. 
따라서 이 주령구는 정육면체의 꼭짓점을 변의 절반보다 깊게 잘라서 사람이 던져서 얻는 경우의 수가 고르게 나오도록 철저히 계산해 만든 것이다. 
현재 경주시에서는 주령구 놀이 세트, 주령구 빵 등을 만들어 관광 상품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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