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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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0.10.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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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의 유행에 우리 생활 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고 몇몇 친지들과 만나도 거리를 두고 띄어 앉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손 닦기가 생활화됐다.
그보다도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말이나 신조어들이 우리 언어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됐다.


‘코로나 불루’, ‘비접촉’, ‘코로노미 쇼크’, ‘챌린지’, ‘삼밀’(밀폐·밀집·밀접)’, ‘자가 격리’, ‘코호트’, ‘코비디어트’, ‘포스트 코로나’, ‘마스크 메이크업’, ‘집단 면역’, ‘k-방역’, ‘주모’, ‘확찐자’, ‘턱스크’, ‘코비디옷’, ‘뉴노멀’, ‘팬데믹’, ‘렘데시비르’, ‘온라인 학교’, ‘대면과 비대면’, ‘웨비나’, ‘집콕’, ‘워드 코로나 시대’, ‘지표환자’ 등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일상 용어가 되어 사용되고 있다.
필자는 식견이 어두워 뉴스나 친지들과의 대화에서 들을 말을 사전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뜻을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 이런 말들은 사전에 잘 나오지 않기도 한다. 그나마 한자어는 뜻을 좀 이해하겠지만 영어 등 외국어 단어의 합성어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은 이러한 신조어들을 우리말로 바꾸는 대체어를 마련해 발표하고 있다. ‘온택트’는 ‘영상(화면)대면’, ‘팬데믹’은 ‘감염병 세계적 유행’, ‘지표환자’는 ‘첫 확진자’, ‘챌린지’는 ‘참여잇기·도전잇기’ 등으로 마련하여 알리고 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이미 매체를 통해 널리 퍼진 후라 뒤늦게 우리말의 대체어를 제공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새말모임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좀 더 세련되고 수용도가 높은 우리말을 찾고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2019년 9월부터 발족하여 운영을 시작했다.
홍보‧출판·경제·교육·국어·문학·방송·법,·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40대 젊은 세대 위주의 위원들로 이루어진 ‘새말모임’은, 새로 유입되는 외래 용어가 자리를 잡기 전에 발 빠르게 새말을 마련하고 널리 퍼뜨리기 위하여 모든 회의를 누리소통망[SNS]으로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10월, 그것도 9일 한글날쯤이면 방송마다 우리말과 우리글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는 내용의 특집 방송 등과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하고 잘 사용하고 보존하자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방송의 언어가 혼탁해진다. 출연자들의 언어부터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방송에서 들은 몇 가지를 기억해 보면 ‘멘붕’, ‘무도’, ‘팩트’, ‘헐’, ‘콘셉’ 등 좋은 우리 말이 있음에도 축약하거나 첫 글자만 따서 만들어 말하고 외래어를 남발하고 있다.
몇 달 전 본 한 방송사의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 모 가수는 방송 내내 ‘리얼이야’라는 말만 하는 것을 보았다. 작가들이 그렇게 대본을 써 주었는지 아니면 출연자의 독백인지. 어쨌든 필자는 듣기가 거북했었다.


중학교 때 인가 영어책에 실린 프랑스의 소설가 Alphonse Daudet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의 아멜 선생님이 마지막 수업 시간에서 수업을 마치며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말을 잊지 않으면 감옥 안의 죄수가 감옥 문의 열쇠를 가진 것과 같다”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시대가 바뀌면서 신조어가 생기고 지구촌 시대라고 하는 요즘, 오로지 우리 말만 고집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쉬운 우리 말로 대체 할 것은 대체하고 또한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말들을 신속하게 정하여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부 언어학자들은 ‘언령숭배’라 하여 언어도 영혼이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속담에도 ‘말대로 되는 세상’, ‘말조심하라’ 등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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