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서판(身言書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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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서판(身言書判)
  • 곽봉호 의원
  • 승인 2021.01.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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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서(新唐書) 선거지(選擧志)에 의하면, 무릇 사람을 가리는 방법은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身)이니 몸을 이르는 글자로 신체, 신수, 풍채, 용모, 자세 등을 뜻하고 둘째는 언(言)이니 입으로 하는 말을 가리키는 것으로 말씨, 언어, 발언, 구변, 언변 등을 뜻한다. 셋째는 서(書)이니 글이나 글씨를 일컫는 것으로 학식, 학문, 문장, 문필, 필서, 서예 등과 통하는 말이며 넷째는 판(判)이니, 분별하다는 뜻의 글자로서 판단, 판별, 분간, 판명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네 가지를 다 갖추고 있으면 뽑을 만하다고 했다.


신언서판은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뽑는 시험에서 인물의 평가기준으로 삼았던 네 가지 기준이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선비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덕목을 일컫는 말이다. 당 태종 이세민은 형제를 죽이고 등극했지만 과거제도를 통해 신언서판을 갖춘 인물을 등용함으로써 반란을 막고 경제를 부흥시켜 중국 역사상 선정으로 일컬어지는 정관지치(貞觀之治)를 이루었다.


관리도 사람이기에 천 년 이상이 지난 지금의 시대에도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변함이 없다.

첫째, 평가기준이 되는 신(身)은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뜻하기도 하지만 조직 속에서의 리더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표출해야 하며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 이 모두가 튼튼하고 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은 호연지기가 있어야 한다. 영국의 존 로크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은 인생 최대의 행복”이라고 했으며 영국의 베이컨도 “건강한 육체는 정신의 사랑방이며 병든 육체는 그 감옥이다”라고 말했다.


둘째, 언(言)은 말을 잘 하는 재주나 솜씨를 말하기도 하지만, 말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아름답고 고운 말과 정직하고 균형 잡힌 말솜씨 그리고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어 흡입력이 강한 언변술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은 옳고 그릇됨을 따지고 바로잡는 덕목을 요구한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입을 지키기를 병(甁)과 같이 하라”는 금언은 입은 재앙과 근심의 문이니 말조심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셋째, 서(書)는 글씨로 예로부터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 주는 것이라 여겼다. 글씨를 잘 써야 한다는 필적(筆跡)의 의미도 있지만 글을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지식을 말하며 그 지식은 다방면에서 해박한 지식과 그리고 그 지식은 전문가 수준 이상으로 깊이가 깊어야 된다는 것이다. 서자심화(書者心畵) 즉 ‘글씨는 마음의 그림이다’라는 말을 되새겨 글씨의 한 획 한 획을 바른 자세로 정성을 들여 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판(判)은 문리(文理) 곧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판단력을 뜻하기도 하지만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 능력과 원칙은 갖되 유연성도 함께 유지하여야 하며 환경에 따라 상황에 적합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 사람의 체모(體貌)가 뛰어나고 말을 잘하고 글씨에 능해도 사물의 이치를 깨달은 판단능력이 떨어진다면 그 인물됨이 출중하다 할 수 없다. 판단을 할 때는 선입견, 경솔성, 편견성, 사리사욕을 지양하고 도덕성, 합리성, 객관성,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공명정대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신언서판이라는 말의 의미는 외모보다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인품이 드러난 사람(身), 정곡을 찔러 동의, 공감, 설득에 이르는 말(言), 뜻이 명쾌하게 드러나는 글(書) 그리고 절제, 인내, 시기를 놓치지 않는 지혜로운 판단이 좋아 보이는 인간상(判)일 것이다. ‘신언서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요 세상살이의 길잡이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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