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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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14)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1.04.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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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준과 동환봉사(東還封事)

 

안방준은 조헌의 상소문 ‘질정관 회환 후 선상8조소’와 ‘의상16조소’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서 『동환봉사』라고 이름 하였다.

또 조헌의 유문 및 행록등을 모아서 항의신편을 발행했다.

안방준은 조헌의 사적 보전에 가장 큰 공로자이다.

그는 조선시대 문신이며 학자로서 국난을 맞이하였을 때에는 의병활동을 하였다.

전라도 보성에서 태어났고 본관은 죽산이다.

포은 정몽주와 중봉 조헌의 절의를 사모하여 두 분의 호에서 한자씩을 따서 자신의 호를 은봉이라고 지었다.

그는 특히 조헌을 극구 추중하였는데 동환봉사 발문에는 그 존중하는 마음과 더불어 사적이 멸실하는 것을 걱정하여 이를 보전하려고 노력한 지극한 정성이 오롯이 담겨있다.

동환봉사 발문

위 글은 우리나라 소경대왕 7년 갑술에 중봉 조 선생이 질정관으로 연경에 가서 중국의 문물과 제도의 훌륭함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시행해 보고 싶어 지은 글이다.

돌아온 뒤 선생은 상소 두 장을 초하였는데 이는 사무에 간절한 것 8조와 근본에 관계되는 것 16조였다.

선생은 먼저 8조의 소와 질정록 1편을 선왕께 올리며 “우리나라도 명나라 제도를 그대로 준행하여야 한다”고 하였는데 선왕께서 비답하기를 “수천백 리 밖이라 풍속이 같지 않은데 만일 풍기와 습속을 헤아리지 않고 그대로 강행하려고 하면 한갓 해속스럽게만 되고 일은 맞지 않는 바가 있을 것이다” 하였다.

선생은 말이 쓰여지지 않을 것을 알고 감히 다시 다음 16조의 소는 올리지 않았는데 지금 그 유고가 아직 다행히 남아 있다.

“삼가 보건데 선생의 뜻은 그대로 명나라 제도를 본받아 시행하는데 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차 이를 계속해 밀고 올라가 3대의 정사를 만회해 보려 한 것이었다.

그런데 명나라의 제도도 오히려 시행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그 밖의 일을 어찌 바랄 수가 있겠는가? 이리하여 입을 다물고 물러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아! 선생은 가정 갑진년에 출생하여 만력 갑술년에 명을 받들고 중국에 갔으니 이때 선생의 나이는 겨우 30이었다.

그런데 그의 식견과 학문의 힘이 이미 고명하고 정대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으니 실로 우리 동방의 기자 이래 수천 년 동안 세상에 드문 영기를 타고난 걸출한 참 선비이시다.

이러한 신하가 있었는데도 말과 계책이 쓰여지지 않아 종신토록 불우했고 끝내는 절의를 지켜 돌아가셨으니 어찌 가슴 아픈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약관 때부터 선생을 흠앙함이 태산북두와 같을 뿐 만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항상 사적이 소멸되고 전하지 못할까 싶어 여러 해를 수집하고 찾아내어 겨우 유문 약간 편을 얻었기에 이를 분류하여 전집을 만들고 또 인출하여 널리 유포시켜 없어지지 않도록 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권질이 자못 많고 공역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우선 그중에서 왜와 절교하기를 청하고 의거하던 때의 봉사 몇 편과 전하여 신봉되는 언행록을 모아 『항의신편』이라 제하여 세상에 간행했는데 이제 또 두 소로 따로 한 책을 만들어 이름을 『동환봉사』라 하였다.

선생을 알고 싶은 사람은 『항의신편』에서 그 정성어린 충성과 장한 절의를 보고, 이 『동환봉사』에서 경세제국의 큰 뜻을 고찰한다면 전집을 비록 다 보지 않더라도 또한 족히 선생의 대개를 알게 될 것이다.

대개, 선생께서는 성인을 독실이 믿어 배우기를 좋아했고 죽도록 도를 닦았으며 명 공부와 성 공부를 병행해 나가 체가 있고 용이 있었으되 그렇게 행하여 가는 것은 한 가지였다.

만일 선생이 공자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출생하여 수사 사이에서 모시게 되었더라면 나는 알거니와 반드시 선생께서 넉넉히 승당의 대열에 들어가게 되었을 것이오 결코 70제자의 뒤에 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 훌륭하도다. 천계 임술년 봄, 안방준은 삼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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