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ain, No Gain”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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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in, No Gain”에 대한 오해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교수
  • 승인 2021.04.15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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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in, No Gain.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이다.

스포츠에서는 마치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슬로건이다.

힘든 훈련의 과정을 감내할 때만이 승리의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든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올림픽경기에서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선수를 보며 그동안 흘린 수많은 땀과 인내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슬로건을 신앙처럼 받들다 보면 자칫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된다.

과연 이 말이 절대적인 진리이기만 할까?

운동생리학의 입장에서 ‘no pain, no gain’은 어느 정도의 진실을 담고 있지만, 절대적인 진리라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마라톤이나 도로 사이클경기, 크로스컨트리 스키, 조정, 장거리 수영과 같은 지구력 종목의 훈련 방법에서는 이 슬로건이 언제나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는 최고의 엘리트 선수는 언제나 최고의 고통을 감내하며 훈련하고 있을 것으로 부지불식간에 생각한다.

또 실제로 그러한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선수가 최대한의 한계까지 이르도록 훈련하는 지도자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훈련에 의해 최고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며 극한의 훈련을 이겨낸 위대한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한다.

일부 성공사례 일반화는 무리

그러나 일부 성공사례를 일반화시키는 것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사실은 앞서 열거한 지구력 종목에 있어서 대부분의 최상급 엘리트 선수들의 훈련 방법을 살펴보면, 매일같이 훈련할 때마다 자신의 최대치까지 운동하거나 탈진될 때까지 운동하지 않는다.

운동생리학자인 스테핀 세일러(Stephen Seiler)는 수년 동안 세계적으로 여러 지구력 종목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남녀선수들의 훈련패턴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매일같이 또 매시간 고강도의 훈련을 반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이들은 훈련의 대부분을 가벼운 강도로 운동하고 있었다.

운동강도를 쉽고 가벼운 운동강도, 약간 힘든 정도의 운동, 매우 힘든 운동의 세 영역으로 나눌 때 이들 세계적인 엘리트 선수들의 훈련내용은 약 75~80%가 쉽고 가벼운 운동이었다.

그리고 약간 힘든 운동이 10%, 그리고 매우 힘든 운동은 10~15% 정도만을 차지했다.

훈련은 즐길만한 것이 돼야

결론적으로 최고의 엘리트 선수들도 대부분의 운동 시간을 가벼운 훈련을 하면서 보내며 단지 주기적으로 힘든 운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절대 매일같이 자신의 한계까지, 자신의 의지를 실험하는 단계까지 운동하지 않았다.

이것은 인체의 적응과정, 즉 더 빠르고 강하게 되는 과정은 운동이라는 스트레스와 그로부터의 회복이라는 사이클의 적정성에 달려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이러한 방식의 운동 때문에 이들의 훈련은 즐길만한 것이 되고 지속할 수 있는 것이 되며 도전적이고 강한 운동 뒤에 충분한 회복을 통해서 인체의 적응력을 최대로 끌어올리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 강하고 최대까지 밀어붙이는 훈련에 의해서만 인체가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체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일 뿐이다.

운동지도자가 이러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즉 스포츠 폭력이나 과 훈련에 의한 피로증후군, 부상과 같은 문제가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

그러므로 만일 스포츠지도자라면 더구나 자신이 선수로서 최고의 성공을 경험한 지도자라면 이 점을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선수로서 최고의 노력을 발휘했던 순간만이 자신의 기억 속에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감내했던 훈련의 고통과 그 고통 뒤에 찾아온 화려한 결실에 대한 기억만을 바탕으로 선수에게 그대로 적용하려다 보니, 그 운동은 즐길만한 것이 되지 못하고 소수를 제외하고는 참기만 해야 하는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활동, 쉼이 없는 활동이 되고 만다.

심지어 비인간적인 것이 되기도 한다.

‘No Pain, No Gain’의 신앙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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