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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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15)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1.04.2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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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대전(朱子大全)의 교정

조헌은 어려서부터 ‘장부를 탄생케 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학문에 전념했다. 그는 평생을 두고 쉬지 않고 학문에 힘썼다.

어려서는 가난 속에 농사를 지을 때에도 주경야독(晝耕夜讀)했고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아가서도 조금도 소홀하지 않았으며 중국을 다녀오는 수레 속에서도 독서를 그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유교 경전에 대해 이해가 깊었을 뿐 아니라 고사(古事)와 금무(今務)에 정통했고 방대한 량의 독서로 유명했다.

굴원의 이소경(離騷經),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 등을 모두 암송했고 140권이 넘는 주자대전(朱子大全)과 주자어류(朱子語類)를 모두 배송(背誦)하였다고 한다.

조헌의 학문은 단순히 박학(博學)을 능사로 삼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공자와 맹자 그리고 정자와 주자의 학문을 근본으로 하여 그 진수를 몸소 체득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의 학문은 한갓 지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득하여 인간의 참된 도리를 구현함에 목적을 둔 것이었다.

그가 평소 유생들에게 이르기를 “글을 읽지 않으면 마음이 밝지 못하고, 공경스러운 태도를 갖지 않으면 마음의 중심이 존재하지 않으며, 힘써 행하지 않으면 밝은 마음을 갖고 있던 마음의 중심이 모두 허탕한 데로 돌아가 이단으로 빠져든다”라고 학문의 이론과 더불어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74년(선조 7년) 말 질정관으로 중국을 다녀온 조헌은 질정록(質正錄)과 함께 선상8조소를 올렸다. 그러나 그가 꿈꾸던 새로운 제도들은 선조의 거절로 하나도 실현하지 못했다. 준비했던 ‘의상16조소’는 올리지도 않았다.

이 무렵에 석강(夕講)을 마친 유희춘(柳希春)이 선조에게 아뢴다.

“강목(綱目) 목판이 이제 올라왔으니 마땅히 인출(印出 인쇄하여 발간)해야 합니다. 다만 이 목판을 새긴 판본은 곧 중종 조에 교서관이 인출한 판본으로써 신이 임인년에 시강원 설서로 있을 때에 그 판본을 보니 잘못된 글자가 많았습니다. 오직 세종 조에 인출한 훈의강목(訓義綱目)만이 글자가 틀리지 않았습니다. 교서관 관원들은 학식이 천단(淺短)하고 문적(文籍)도 또한 적어 교정을 할 수가 없으니 옥당의 입번(入番) 관원들에게 훈의강목에 의거하여 교정하게 하소서. 신과 교서관 저작 조헌이 『주자대전(朱子大全)』 교정을 끝낸 다음에 하기로 한다면 내년 무렵에야 강목을 교정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교서관 안에서는 오직 조헌만이 이 책을 교정할 수가 있습니다”라고 교정이 끝날 때까지 조헌의 직책을 옮기지 않을 것을 아뢰었다.

조선 왕조는 성리학(性理學)을 정치이념으로 내 세우고 유교정치를 추구하는 나라였다. 성리학은 송대(宋代)에 성립된 유학사상체계로 주자에 의해 집대성된 학문이다.

『주자대전』은 주자가 여러 학자들과 주고받은 글로 그가 죽은 뒤에 문인들이 편찬한 것이다. 이러한 주자대전을 간행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조헌과 주자대전을 교정한 미암(眉巖) 유희춘(柳希春 1513~1577)은 전라도 해남 사람으로 본관은 선산이다.

중종 조에 별시문과에 급제하고 벽서사건에 연루되어 19년간 유배생활을 하다가 선조가 즉위하면서 풀려났다. 선조의 명으로 『국조유선록(國朝儒先錄)』을 편찬하였고 그 외에도 많은 저서를 남겼다.

1575년(선조 8년) 3월에 선조는 조헌을 예조좌랑(禮曹佐郎)에 유희춘을 상호군(上護軍)으로 삼는다는 교지를 내린다.

이에 조헌은 예조좌랑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으므로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민생을 깨우치기 위해서 동몽수지(童蒙須知)와 척원경(戚元敬)의 문집을 간행할 것을 상주하였다.

이에 선조는 조헌에게 예조좌랑으로 합당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라고 하며 사직을 받지 않았고 요청한 책은 인출(印出)하여 8도에 보내도록 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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