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사는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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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사는 도예가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6.03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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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북면 ‘오네마루’
도예 작품들이 진열된 갤러리 앞에 앉은 오형신 대표
도예 작품들이 진열된 갤러리 앞에 앉은 오형신 대표

 

군북면 소정리에 있는 도자기 찻집 ‘오네마루’에 들어가면 잔디밭과 이어진 다실(茶室)로 가야 한다. 입장료를 줘야 하기 때문.

다실 벽을 차지하는 갤러리에는 진갈색, 백색, 녹색, 진홍색 등 각양각색의 도자기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주방으로 통하는 출입문의 오른편에는 책상이 놓여 있다. 특이한 점은 책상 위에 놓인 메뉴판의 레몬차, 모과차, 오디 차 등의 차 이름 옆에 가격이 없다는 것. ‘입장료를 냈으니 물이라도 한잔 무료로 대접하겠다는 것이 좋겠다’는 오형신 대표(65)의 운영방침 때문이다.

노안(老眼)이 계기가 된 도자기와의 인연

오 대표는 20대에서 40대 초반까지 IT(정보기술) 사업체를 운영했었다. 사업도 잘되어 1990년대까지 컴퓨터 프로그램의 연도표기 문제 중 ‘2000년 문제(Millennium Bug)’라는 게 있어서 IT(정보기술) 분야의 호황도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노안으로 인해 컴퓨터 모니터에 표시된 숫자 ‘0’과 ‘8’이 흐릿하게 보여 구분이 잘되지 않자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도 마음에 드는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대학에서 도자기 분야를 가르치고 있는 지인에게 “도자기 한번 해볼래?”하는 권유를 듣게 된다. 그녀는 ‘흙을 만지면 건강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오 대표는 IT(정보기술)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도자기 제작 관련 전공학과인 ‘세라믹’ 학과에 입학해 만학도가 된다.

그녀는 졸업 후 경기도 용인에 있는 명지대 대학원으로 진학해 ‘세라믹’ 석사 과정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커피 침전물 찌꺼기를 태워 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도자기 색깔을 내는 방법을 국내 최초로 만들어 석사 논문을 썼다.

세라믹 석사학위를 취득한 오 대표는 그동안 운영했던 IT(정보기술) 사업을 접고 도자기 제조와 교육을 위해 1999년 군북면 소정리에 있는 현재의 찻집 용지를 매입한 후 본격적으로 도자기 제조 및 찻집을 시작했다.

“자연은 그대로가 제일 좋아”

찻집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보람 있고 즐거울 때도 있지만 힘들 때도 있다.

“이 정원을 힘들게 만들었어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옛날 집도 그대로 살리고자 했어요. 정원에 찔레꽃이나 뽕나무 등이 잡초처럼 나더라도 뽑지 않고 그냥 뒀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쓰레기장인 줄 알고 ‘여기 정리할 때가 정말 많다’며 불만을 표하죠. 그럴 때 힘들어요”

오 대표는 불만의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초지일관 자연 그대로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남녀 손님 때문에 일이 생기더란다.

“저는 감나무에 감이 열리면 첫눈 내릴 때까지 그냥 둬요. 마지막 남은 감은 까치하고 나눠 먹거든요. 그런데 손님이 오면 그 감을 꼭 따요. 특히 남녀 손님이 오면 남자가 꼭 그 감을 따서 여자한테 줘요. 그러면 저는 짜증이 저절로 나죠”

그녀는 이어 “모든 손님이 (제가 자연을 그대로 살리고자 한) 이곳을 좋아해 줄 때. 그리고 작가인 제 작품을 좋아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며 “그보다 더 좋을 때는 (손님들이) 자연을 좋아할 때”라고 했다.

오 대표는 찻집을 하면서부터 삶에도 여유가 생겼다. 몸은 더 피곤해도 정신적으로는 여유가 생겨서다. 이에 더해 노동의 대가를 깨닫게 됐다. 옛날 철이 없었던 때의 오 대표는 누군가 밭을 매거나 힘든 일을 하면 저런 식으로 어떻게 살까 싶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엄청 행복한 삶이었다는 것.

예를 들면, 하루 일당으로 9만 원을 받았을 때 그 9만 원을 어디에 쓸까 생각하는 삶도 전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런 그녀의 인생관 동기는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시간이 흐르면 오늘 기쁜 일이 절대 기쁜 일이 아니고 오늘 슬픈 일이 절대 슬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소상공인에게 하는 부탁으로 “자기 자존감이 있어야 한다. 또 확실해야 한다”며 “만약 한 가지 일을 열심히 오래 하고 있다면 누구라도 그 집에 가게 된다”고 했다.

찻집 이름이 ‘오네마루’인 이유에 대해 “제가 오 씨”라며 “오 씨 네 마루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했다.

그녀는 군에서 해줬으면 하는 것으로 “도예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며 “외국인들이 왔다 가면 이곳이 제일 좋았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가져온 작품이 있는데 외국인이 그 작품을 사러 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갤러리가 반듯하지 않아 진열할 수 없었다. 매우 큰 그 작품을 반듯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으로 “현재의 가온타워는 더는 개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멀리서 온 사람들은 다들 가온타워 일대의 조그만 옛 상가들이 오밀조밀하게 이어지는 모습이 예쁘다고 한다”고 했다.

‘오네마루’의 입장료는 5천 원이며 도자기 만드는 공방과 진열된 도자기를 구경할 수 있다. 여기에 대청호 와 습지를 바라보며 마시는 차 맛도 일품이다.

주소 : 옥천군 군북면 성왕로 1873-13
전화번호 : 010-4502-0031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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