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절경에 말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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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절경에 말을 잃다
  • 강형일기자
  • 승인 2021.07.15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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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과 상춘정
상춘정 정면
상춘정 정면

옥천군 청산면에는 보청천이 흐른다. 금강 수계의 하천으로 보은의 속리산 자락에서 발원한다. 하천 이름은 보은과 청산의 지명을 땄다. 보청천에는 잘 정비된 자전거도로(약 2.5km)가 있다. 자전거 이용자가 많지 않으므로 가볍게 길을 걸으며 강물에 비친 산 그림자를 쫓는 것도 추천한다.

보청천에는 명물이 있다. 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독산과 그 위에 자리를 튼 상춘정((常春亭)이 그것이다.

상춘정은 옥천군 청성면 상계리 동쪽을 흐르고 있는 보청천 한가운데 솟아 있는 20m 남짓의 독산 정상에 있다. 보청천 변과 독산을 둘러싼 강물과 주변 들판이 어우러져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특히 상춘정 벚꽃 길은 2019년 옥천군을 대표할 수 있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관광명소 선정 시 옥천 팔경 후보지에 오를 정도로 이 지역의 명소이다.

청성면이 지금은 옥천군에 속하는 하나의 면이 되었지만 신라에서는 굴현이라 하여 지금의 보은인 삼년산군의 속현으로 되어 있었다. 보청천의 하류 지역인 청성면 일대는 신라에서는 교통이나 군사적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후방기지였다. 이곳에서 보은 삼년산성이나 상주 금돌성까지는 하룻길이며 옥천 관산성 방면, 심천-영동-양산-금산방면을 통해 백제 사비성까지 큰 장애없이 도달할 수 있는 길목이었다. 지금도 면 소재인 산계리에는 신라가 이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성산성과 저점산성이 남아 있다. 이성산성은 소지마립간(炤知麻立干) 8년 정월에 이찬 실죽(實竹)을 장군으로 삼아 일선(一善, 현 善山) 지방의 장정 3천을 징발하여 삼년산성과 굴산성을 개축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 나오는 굴산성으로 비정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상춘정이 있는 독산은 원래 속리산에 있었는데 어느 해 장마 때 이곳까지 흘러왔다고 한다. 그러자 속리산 주지 스님이 중을 보내 이 독산이 자기들 것이라면서 해마다 세금을 걷어갔다. 그러던 어느 해 속리산에서 스님들이 오자 새로 부임한 젊은 현감이 “저 독산은 우리가 가져온 것이 아니고 제멋대로 온 것이니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하여 그 후로는 청성사람들이 독산에 대한 세금을 물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웃을 수만은 없는 기가 막힌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지질학적으로 중국의 장가계나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같은 카르스트 지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노년기 지형이고 화강암이 발달하다 보니 장구한 세월 씻겨 나갈 것은 다 씻겨나가고 남은 결정체가 이렇게 독산형태로 남게 된 것이다. 단양의 도담삼봉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상춘정은 박춘식 청성면장(1970년 9월 5일~1972년 10월 15일)이 주도하여 건립하였다고 전해오고 있으니 1970년대 초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상춘정 아래로는 산계리 보(洑)가 물을 가둬 제법 큰 호수 같고 강 건너로는 넓은 모래톱과 옥천 일대에서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어 보청천 물줄기가 만들어낸 최고의 명장면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아침과 해 질 무렵 풍경으로 이름난 출사지(出寫地)이기도 하다. 최근 정자 주위로 데크와 난간을 설치하여 관람객이 안전하게 정자에 올라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뒤편으로 한참을 돌아가면 뒤편에 설치된 계단으로 정자에 오를 수 있다, 우거진 풀 사이에서 출몰할지 모르는 뱀을 조심해야 한다. 건물은 소박하고 평범하여 오히려 주변 경치를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려 옛 멋을 돋구어 준다.

정자는 세워진 위치나 건립한 취지에 따라 기능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대개의 정자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정자를 지은 이를 포함, 찾는 이들이 수려한 자연의 오묘함을 즐기고 영감을 얻어 풍류를 즐기며 시문을 짓거나 마음을 가다듬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전통시대의 정자는 지역의 지식층이 누리는 문화공간이었다. 주로 명문가의 선비나 문중의 중론으로 건립했고 그 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 지식인의 회합 장소로 활용되어 지역 문화를 이끌어 왔다.

옥천 상춘정은 건립연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근·현대에 건립된 정자의 형식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지금은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에서 비지정 문화재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비록 근·현대에 건립된 정자라 해도 빼어난 경치를 감상하고 잠시 쉬었다 가는 기능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던 선현들의 뛰어난 문화적 감각과 심미안을 엿보고 되새기는 ‘풍류’의 교육 현장으로 되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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