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에 뼈 묻을 각오로 귀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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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에 뼈 묻을 각오로 귀농하라
  • 김동진기자
  • 승인 2021.12.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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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토종벌농장’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어려운 분들에게 나눠 주고 싶다”며 “농사에 뼈를 묻을 각오로 귀농하라”고 말하는 김용환 대표.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어려운 분들에게 나눠 주고 싶다”며 “농사에 뼈를 묻을 각오로 귀농하라”고 말하는 김용환 대표.

한참을 운전해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그냥 보기에 산 좋고 공기 좋은 야트막한 동산처럼 보이는 동네였다. 마을은 있지만 차가 없으면 어떻게 다닐까 싶을 정도로 두메산골 그 자체였다, 그곳에서 경사지를 개간하여 ‘호두토종벌농장’을 운영하는 김용환(65) 대표를 만났다. 호두나무는 안남면에서 감나무와 토종벌은 영동군 양산면에서 4천평 규모의 땅에 호두나무 260주와 감나무 80주를 심었다.

대전이 고향인 김 대표. 전문대학에서 원예와 조경 관련 공부를 하고 젊은 시절 시작한 사업은 목축업이었다. 당시 친구들의 도움으로 목축업을 시작했지만 목우 가격이 하락하면서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끝내 재기하지 못하고 그 꿈은 용접공으로 옮겨지면서 4년 전에야 겨우 귀농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귀농을 해 농사를 짓지만 학창 시절 배운 건 많이 잊어버려 실제로는 용접이 더 익숙하다”며 “처음에 모르는 것 투성이라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자비를 들여서 시작했다. 4천평이 넘는 넓은 땅에 호두나무 묘목을 심어 그 씨를 받아서 파종해 호두나무를 성장시켰다”고 했다.

돈이 되는 작목보다 친환경 작목 선택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은 돈이 되지만 농약을 많이 쳐야 하며 일이 많고 체력적으로 힘이 부쳐서 수월한 호두나무를 선택했다. 그래서 호두나무는 농약을 안 뿌리고 완전 친환경으로 재배한다. 제초 일이 많기는 하지만 예초기를 이용하면 크게 문제될건 없다.

수확한 감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판매를 했지만 호두는 지인들의 구매도 한계가 있고 판로가 없어 저장고에 저장해 놓은 상태로 두고 있다. 김 대표는 “호두를 판매하기 위해 영동까지 갔는데 영동에서 옥천 호두는 구입해 주지 않아 결국 돌아오고 말았다. 옥천에서도 영동처럼 호두를 구입해 주거나 판로를 지원해 줬으면 한다”며 “지인들에게 판매하고 남은 호두는 판로가 없어 정월 대보름 날에 농산물 시장에 가져가서 싼값에 팔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또 농약을 안 치기에 토종벌 양봉을 한다. 벌의 경우 지난해 키운 벌이 낭추봉화부폐병에 걸려 32통을 폐사시키는 일을 겪었다. 이후 벌통을 영동 양산으로 옮겼다. 양산은 안남면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다. 벌의 경우 분방을 해도 가까우면 다시 찾아오는 습성이 있어 4km 이상은 거리를 떨어뜨려놔야 한다. 그래서 영동 양산의 감나무 재배 농장에서 벌꿀을 수확하기 위해 옮겨서 기르고 있다. 영동 양산의 감나무 농장은 1,700평 규모이며 여기에 35통의 벌통을 두고 있다. 양봉은 농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익원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귀농 환영한다' 문구는 말 뿐

귀농에 대한 김 대표의 의견은 “지자체에서의 ‘귀농 환영한다’라는 말은 말 그대로 말로만 귀농을 환영할 뿐이다. 실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직접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농장으로 진입하는 길이 가파르고 위험해 안남면사무소에 길을 넓혀 달라고 요청했다. 농장 3곳 이상이 있으면 가능하다 해서 신청했지만 아직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귀농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는거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비를 들여 지하 165m 샘까지 팠다. 물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고추를 말려 죽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작물에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 자비로 샘을 팔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농장은 멀리서 보면 다랑이 논을 연상시킨다. 경사지를 개간해서 윗층 아랫층 논처럼 밭을 만들었다. 병충해 예방을 위해 농약을 치지 않고 그만의 약재로서 은행 열매를 삶아서 그 약물을 뿌려서 고약한 냄새로 벌레가 오지 못하도록 작업을 했다. 이러한 정보는 유튜브와 귀농인, 전국꿀벌모임에서 정보를 얻어 농장에 녹여 냈다. 

또한 호두나무 뿌리가 깊이 내리도록 제초매트를 깔아 가뭄에도 수분을 유지하고 태풍이나 강한 바람에도 나무가 잘 견디게 했다. 그냥 거름만 주면 뿌리가 위로 올라와 태풍에 쓰러지고 가뭄에도 약하기 때문에 뿌리를 튼튼히 내리면 나무의 생장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얻게 됐다.

김 대표는 “판로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향후 농장의 수익은 생활비와 병원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어려운 분들에게 나눠 주고 싶다”는 소망을 비췄다.

옥천군 안남면 지수1길 133-20에 있는 김용환 대표의 ̒호두토종벌농장'
옥천군 안남면 지수1길 133-20에 있는 김용환 대표의 ̒호두토종벌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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