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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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18)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2.03.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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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우리나라 동백은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고려 말 경남 창녕 옥천사에서 노비의 아들로 태어난 신돈은 공민왕의 사부가 되었다. 그는 왕의 신임을 얻으면서 왕권에 도전하는 그 어떤 짓도 용납하지 않는 인물로 변신했다. 봉황은 왕을 상징하는 영물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데 그는 봉황이 오동도의 무성한 오동나무 숲에서 무리지어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새로운 임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섬 안의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려 당시까지 전해오던 오동도의 명성을 지워버렸다. 이와 함께 신돈의 개혁정치에 휘말린 고려 유신의 한 부부가 오동도로 귀양을 와 농사짓고 고기잡이 하며 살던 중 어느 날 남편이 고기잡이 나간 틈에 도둑이 들어 여자까지 겁탈하려하자 여인은 남편이 보일 것 같은 바닷가까지 달려가 정절을 지키려는 생각으로 절벽에 몸을 던졌다. 이후 여인의 무덤가에 그녀의 선혈처럼 붉은 동백꽃이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오동도 섬 안에 자라고 있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생 된 2,600여 그루의 동백나무 숲이 그것이다. ‘자랑, 겸손한 아름다움’이 꽃말이다.

익모초

익모초는 한여름에 엷은 홍자색으로 윤산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육모초, 임모초라 부르는 데는 전설이 있다. 중국 고산자락에 마음씨 착한 소녀가 혼인하여 임신하였다. 어느 날, 사냥꾼에 쫓기는 노루 한 마리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사냥꾼이 부상한 노루 행방을 묻자 다른 방향을 알려 주어 노루를 구해 주었다. 몇 달 뒤 그 소녀는 출산을 하게 되었는데 불행히도 난산이었다. 산모의 생명까지 위험해 져 가족들이 안타까워만 하고 있었다. 그때, 노루가 나타나 이름 모를 약초를 물고 와 놓고 사라졌다. 그 약초를 달여 먹고 건강하게 아기를 출산하였는데 약초의 이름을 이로울 익(益) 어미 모(母) 익모초라 이름 하였다. ‘이로움’을 주는 약초라는 게 꽃말이 되었다.

헬리오트로프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거인족 오케아노스와 테티스 사이에 태어난 딸 클리티아와 태양신 아폴론은 행복한 한 쌍이었다. 그러나 아폴론이 아시리아의 공주 레우코토에와 살림을 차리러 떠나가 버렸다. 버림받은 클리티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레우코토에의 아버지인 아시리아 왕에게 이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왕은 레우코토에를 산 채로 땅 속에 묻어 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무덤에 넥타르를 뿌림으로써 향기로운 수액을 눈물처럼 자아내는 향유나무로 되살아났고 아폴론은 돌아오지 않고 저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크리티아는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더욱 경멸당하고 슬픔의 나날을 보냈다. 아홉 날 낮과 밤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자신의 애인 아폴론이 하늘을 가로질러 태양을 몰아가는 모습을 애타게 지켜보고 있는 사이 그녀는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헬리오트로프 꽃이 되었다. ‘사랑이여 영원히’가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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