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내 삶의 치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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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내 삶의 치유제
  • 김동진기자
  • 승인 2022.03.3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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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에서’ 이재남 대표
“흙을 만지면 쾌감을 느껴서 좋다”고 말하는 이재남 대표.
“흙을 만지면 쾌감을 느껴서 좋다”고 말하는 이재남 대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삶, 세상을 보고 싶어 설탕과 라면, 화장지 등을 차에 가득 싣고 혼자서 훌쩍 떠나는 날이 많았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환경을 둘러보고 그 집들 앞에 싣고 간 물건들을 내려놓곤 했다.

옥천군 이원면 이원심천로132에 흙이 좋아 남편과 함께 옥천에서 내 고향처럼 뿌리를 내린 이재남(63, 여) 대표. 옥천으로 귀농해 야생화 농장 ‘들녘에서’를 운영한 지 17년째다.

그녀의 고향은 충남 천안. 대전에서 넉넉하고 후한 마음 씀에 인기 있는 아구찜 맛집으로 14년 동안 운영했지만 건강을 잃어 회복하고 살기 위해 옥천으로 왔다.

이 대표는 “옥천과의 인연은 남편의 친구가 옥천에서 농원을 했다. 그래서 꽃 좋아하고 흙 만지는 걸 좋아하는 저를 생각해 함께 왔다. 처음 옥천 와서 지금 여기(‘들녘에서’)를 봤는데 아래로 실개천이 흐르는 게 마음에 들어 밤에 잠이 안 와 주인 마음이 바뀌기 전에 두 번 묻지도 않고 일시불로 계약했다. 당시 가을 추수철이라 주변이 황금벌판이 펼쳐져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 식물도감을 외우고 다니다시피 했던 꽃과 식물에 푹 빠졌던 소녀. 작은 수목원을 가꾸는 게 꿈으로 이제는 야생화와 여생을 보내고 있다.

야생화 틈새시장
지피 식물이 가장 큰 경쟁력

‘들녘에서’는 수백 종의 야생화를 그것도 남들이 잘 안 하는 지피 식물을 판매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지피 식물 종류는 농원에 납품하는데 우리 집에서 다 가져간다. 애당초부터 야생화를 했기 때문에 지피 식물은 농원에 야생화는 묘목 시장에 판매한다. 우리 집은 언제든 가면 사람이 있는 집이라서 편하게 꾸준히 오는 집으로 지피 식물과 야생화가 가장 큰 장점이다. 수백 종의 꽃 이름 다 외워 고객이 찾는 꽃이 우리 농장과 지역에 없으면 타지역에서 구해서라도 맞춰준다.”

일은 내가 살아 있음의 증명
나누는 게 나를 위한 삶

그녀는 흙을 만지고 야생화를 키우며 건강을 회복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쉼없이 1년 내내 하는 일은 노동이 되었고 10여 년의 오랜 하우스 생활은 그녀의 건강에 적신호를 날렸다. 야생화를 너무 좋아해서일까 일을 좋아해서일까, 쉼없이 일하니 몸에도 탈이나 무릎, 허리, 관절 등 수술하고 회복되고 또 수술하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야생화로 행복을 주던 안식처는 먹고 살아야 하는 생활의 터전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겨울에는 꽃은 하우스 안에서 키워서 봄에 판매한다. 겨울 비수기에도 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장아찌와 장을 담고 있다. 몸이 힘들면 쉬면 되고 너무 힘들어서 못 할 정도만 아니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로 일한다. 그냥 안 움직이고 늙는 것 보다 움직이면 나를 위할 수도 다른 사람을 위하며 나눌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아구찜 가게를 운영했던 솜씨가 어디 가나 싶게 그녀의 솜씨와 인심 후한 큰손, 넉넉함은 겨울이면 실력을 발휘한다.

그녀는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해 야생화가 비수기인 겨울이면 메주 3가마니 정도 장을 담고 장아찌에 청국장까지 만든다. 요즘 KBS1의 드라마 ‘국가대표 와이프’에서 빠금장이 나오는데 주변 사람들이 담아보래서 담았는데 맛을 본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겨울에는 음식을 많이 해 단골손님들, 가족과 친지, 지인, 이웃들과 소개로 나누고 판매도 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전국에서 찾아온다

이 대표는 “사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꽃시장도 망가진다. 먹고 사는 게 급한 사람들에게는 야생화는 사치품이다. 야생화는 작은 포트 안에 들어있지만 큰 나무보다 비싼 고가들이 많다. 특별한 종류가 많고 그 특별함을 찾아 지방에서도 올라오고 수도권에서도 내려온다. 블로그도 안 올리고 영업도 안 하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하다. 전화로도 수배해서 구해주면 그 한 가지 때문에도 가지러 온다.”

흙은 내 삶의 치유제

그녀는 “일하러 오는 아줌마들은 비닐장갑에 면장갑과 코팅장갑까지 끼고 일한다. 그러면 촉감을 모른다. 제 손이 상하고 엉망이지만 저는 흙을 만지면 쾌감을 느껴서 좋다. 저처럼 맨살로 흙을 만지는 사람은 없다. 머리가 막 아프다가도 흙냄새 맡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그렇게 힘듦을 극복한다”

20년이 다 되어 가는 ‘들녘에서’의 생활, 이 대표는 “키운 나무가 제자리로 가니까 너무 멋있더라. 내 자식 같은 나무 가져가서 여러 사람이 보고 즐기고 흡족해하는 그런 보람으로 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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