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어머니 품, 청성에 살어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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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어머니 품, 청성에 살어리랐다”
  • 김동진기자
  • 승인 2022.04.07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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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정’ 김대현 대표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같다”며 고향 땅 청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대현 대표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같다”며 고향 땅 청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대현 대표

국사봉 아래 옹달샘, 청성약수가 산 위로부터 흐르고 정자 같은 원두막 세심정이 산자락 아래 편안히 앉아 있다. 

산속의 시원한 청성약수 한잔 들이키면 온 산의 기운을 마시는 느낌이다. 산 중턱 언덕에는 300년 된 당산나무 한 그루가 청성의 산자락을 내려다보며 오랜 세월 당당히 지켜왔다.

옥천군 청성면 삼남리 707-1에 위치한 ‘세심정’. 은퇴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900여 평의 고향 밭에서 땀 흘리며 살아가는 김대현(73) 대표. 김 대표는 전문농부는 아니지만 어릴적 농사의 경험을 살려 이제 갓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는 청성초등학교 28회 졸업생에 청성중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국어 선생님과 한문 선생님으로 오랜 시간 한학을 공부한 학자로서 고향을 떠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가 가진 재능을 기여하기 위해 귀농의 꿈을 안고 고향으로 유턴했다.

김 대표는 “고향은 어머니 품과도 같다. 이 밭 앞에 보이는 광주리산 끝자락에 조상의 묘를 모시고 있다. 옛날에 호랑이가 우리 조상을 물어갔는데 호랑이가 물어가 놓아둔 자리는 명당이라는 전설에 따라 모셨다. 그 앞산을 늘 바라보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고향에 온 후 ‘세심정’ 
밭으로 매일 출근

김 대표는 집이 있는 옥천읍 하늘빛아파트에서 ‘세심정’으로 매일 30여 분을 운전해 다니며 청성의 자연을 벗 삼아 농사짓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그는 “한 달 전부터 옥천에 와서 살고 있는데 고향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새벽에 일어나면 맹자를 읽고 글을 쓴다. 그리고 900평 정도의 밭에 나와 옥수수, 양파, 생강, 도라지, 더덕, 감자, 고추, 들깨 등을 심어놓았는데 농사짓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은 꽤 되지만 주로 친척, 지인들에게 팔았고 올해는 옥천로컬푸드에 납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할아버지께 배운 한학은 
평생 한학자로의 삶으로

어릴적 할아버지께 배운 한문 교육은 평생의 직업으로 그를 한문 선생님으로 살게 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한문 교육이 사라짐에 대해서 많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언어교육은 어릴 때 해야 한다. 할아버지께서 훈장이어서 6살부터 천자문, 계몽편, 명심보감, 논어, 소학 등을 배웠다. 중학교 국어시간에 선생님의 한자 관련 질문에 답을 다 해 그때부터 취미가 붙어서 더 재미있게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의 영향이 씨앗이 되었다.”

또한 “오늘날 한문교육이 사라지고 있는 풍토는 인터넷 시대에 막을 수 없는 대세일지 모르지만 교육의 밑바탕에는 한문 교육이 깔려있기에 이 교육을 떠나서는 우리 삶과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한자는 우리 언어생활의 70%로 모르면 뿌리를 모르게 돼 앞으로도 계속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중학교 과정에서 선택 과목이라 중학교 때 한문을 배운 학생과 전혀 배우지 않은 학생을 고등학교에서 함께 가르쳐야 한다. 이럴 때 교육 과정 설정이 참 어렵다. 초등학교 천자, 중학교 천자, 고등학교 천자 정도는 알아야 하며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소수 정도 필요하다.”

서당복원에 조상의 얼과
한학 교육의 가치 실현

그는 ‘금릉김씨’ 종친회와 함께 옥천과 고향을 위해 과거 조상들이 운영했던 ‘지재서당’을 복원하는 일을 추진해왔다. 올 7월이면 그 작업이 마무리돼 옥천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17대조 몽재 김장 선생은 김장생의 문하생으로 우암 송시열과 동춘당 동기었으며 13세 생원 김옥정 선생이 서당을 짓고 미호 김원행 선생이 현판 글씨를 써 역사적 가치가 있다. 

“‘지재서당’은 김장생 선생이 다녀간 흔적이 있고 우리 조상들의 자녀와 지역의 아동들이 무료로 한학을 배운 곳이다. 당시 청산지역 학문의 씨앗을 심어준 곳으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 서당의 복원은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옛날 조상의 생각과 사상을 느끼고 문화적·교육적인 부분과 정서와 인성 등 개인 소양을 함양하는데 도움 될 것이다. 옛날 한학은 인성교육이 바탕에 있었다”고 했다.

옥천에서 한학 교육 기회 없어

그는 대전에서는 한문 무료강좌를 해왔지만 옥천에서는 초등학교 폐교위기 등 한문과 한학 강좌를 할 기회가 없어 아쉽게 생각하면서 37년 동안 한문 선생님으로 후학들에게 사상과 학문의 씨앗을 심어주며 인생관과 삶의 의미를 전해준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지재서당과 한문 세미나, 이성산성, 백운정, 상춘정, 동학 난 때 한곡리 지휘부, 최시형과 정순철이 연결되는 문화의 보고가 관광코스로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대현 대표가 옥천군 청성면 삼남리 707-1 ‘세심정’에서 밭을 갈고 있다.
김대현 대표가 옥천군 청성면 삼남리 707-1 ‘세심정’에서 밭을 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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