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회 장애인의 날’ 특집 말만 번지르한 옥천군장애인복지 - “장애도 서러운데 삶까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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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장애인의 날’ 특집 말만 번지르한 옥천군장애인복지 - “장애도 서러운데 삶까지 서럽다”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22.04.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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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건물 없고 사무원마저 없어
군민 10명 당 1명은 장애인
지자체 비협조로 갈수록 삶은 피폐
옥천군장애인단체협의회 권호걸 회장은 “정확한 장애인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는 옥천군의 장애인 정책은 힘겹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은커녕 오히려 걸림돌 작용만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옥천군장애인단체협의회 권호걸 회장은 “정확한 장애인 숫자조차 파악되지 않는 옥천군의 장애인 정책은 힘겹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은커녕 오히려 걸림돌 작용만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장애를 입고 살아가고픈 사람이 세상 천지 어디에 있겠습니까, 우린들 장애를 입고 싶어 입었겠습니까”

마흔 두 번째 장애인의 날을 맞은 지난 20일 오전 10시. 옥천체육센터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행사장에서 만난 김명섭(55)씨는 첫 대화부터 날을 세웠다. 

김 씨는 그의 나이 스물 두 살때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다 옥천톨게이트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는 순간 마주오던 트럭과 충돌,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행히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정작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의 왼쪽 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타고 갔던 차 역시 수리하느니 차라리 새로 사는게 더 나았다. 당시 사고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면 같이 차에 탔던 가족들은 큰 부상없이 보름을 전후로 모두가 퇴원했다.

하지만 너무도 큰 부상을 입은 김 씨에게 퇴원은 사치였다. 밤마다 소리죽여 울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벌을 받아야 하는거냐’고 처음으로 신을 원망했다. 그러나 한번 몸에서 떨어져 나간 왼쪽 발은 끝내 김 씨 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죽을 힘 있으면 살아야겠다

얼마나 많은 나날들을 원망하며 갈등의 세월을 보냈는지 모른다. 가족도 친구도 김 씨 편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저 의미없는 말로 위로만 하려할 뿐 김 씨는 철저히 혼자였다.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몇 번인가 위험한 생각을 했다가도 오기가 발동했다. 말마따나 ‘죽을 힘이 있으면 살아야겠다고’. 그래서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곧바로 재활치료에 들어갔다. 진정 눈물겨운 고통의 시간이었다. 다행히 병원 관계자의 예상보다 일찍 병원문을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더 큰 문제였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김 씨 자신이 바로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한 쪽 발이 없다보니 어느 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친구들처럼 직장에 취업할 수도 없었다. 이때 생각한 것이 바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도장’을 파는 일이었다. 특별히 힘을 들이지 않아도 두 손만은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게 또 다른 고마움(?)으로까지 느껴졌다.

이후 지인의 도움을 받아 2평 남짓 크기의 공간을 얻어 일을 시작했다. 수입도 괜찮았다. 돈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젊은 시절 당한 교통사고로 언제부턴가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가게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김 씨의 인생은 서서히 사회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었다.

“예산이 없어서” “전례가 없어서”
분노를 넘어 억장 무너져

2022년 3월 말 현재 옥천군 관내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대략 5,000여 명. 평균 10명에 1명꼴은 장애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의 시야에서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다. 옥천군 장애인 담당 부서를 찾아가 불편한 점을 개선해 달라고 아무리 애원을 해도 들려오는 대답은 “예산이 없어서” “전례가 없어서”가 전부였다. 

옥천군장애인단체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권호걸(63) 회장은 “지금의 비장애인도 언제 어떤 모습으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지자체에서 취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향한 일련의 정책들을 보면은 너무도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마치 장애인들이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사람취급 하는걸 보면 분노를 넘어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옥천군 관내에 몇 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는지 정확한 자료조차 없다. 옥천군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면 개인정보 운운하며 최소한의 정보도 안주고 있다. 9개 읍면 가운데 어느 지역에 몇 명의 장애인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복지를 외친다는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며 말만 번지르한 옥천군의 장애정책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꼴”이라고 일갈했다.

더 이상 장애인 복지와 같은 
허울좋은 말은 하지 말았으면

충북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옥천군지회 도창재(80) 회장 역시 “시각장애인들의 삶에 조그마한 도움을 요청이라도 할라치면 돌아오는 대답은 북풍한설 그 이상이다. 앞을 못보는 시각장애인들의 요구가 크면 얼마나 크고 많으면 얼마나 많겠는가, 그저 걸어다니는 길이 좀 더 안전하고 잠시 잠깐 쉬어가는 휴식시설이 몇 개라도 더 있었으면 하는게 전부인데 그게 힘들고 어렵다면 더 이상 장애인 복지와 같은 허울좋은 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 회장은 이어 “우리같은 장애인들이 지금과 같은 푸대접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유권자가 적어 선출직 인물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군민의 절반이 장애인이라고 해도 지금과 같이 무시하고 외면할 수 있겠는가”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이들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줄만한 변변한 사무실 하나도 없다. 명색이 군지회라고 하는 사무실이 겨우 2평에서 5평 사이가 전부다. 이러한 공간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리라는 기대를 한다는 자체가 나무에서 물고기를 얻으려는 심보나 마찬가지다.

한술 더 떠 명색이 지회라고 하는 사무실에 정식 직원마저 한 명도 없다. 급한 일이 생기면 지회 산하 센터의 도움을 받는게 전부다. 

이에 대해 옥천군 주민복지과 박인정 장애인복지팀장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비좁은 건 맞다. 모든 장애인 단체들을 한곳에 모아주면 좋겠으나 그럴만한 여력이 안된다”며 “아직까지는 자체회관을 건립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한편, 옥천군장애인단체협의회는 <사>충북농아인협회옥천군지회(지회장 이웅진)를 비롯해 <사>충북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옥천군지회(지회장 도창재), <사>충북지체장애인협회옥천군지회(지회장 육동일), <사>한국교통장애인협회옥천군지회(지회장 권호걸), <사>충북장애인부모연대옥천군지회(지회장 홍현자) 등 총 5개 지회로 구성되어 있다.

김명섭 씨는 절규한다. “원치 않은 불의의 사고로 질시와 냉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은 결코 잘못이 없다. 그러한 장애인들을 보듬지 못한 사회가 잘못이다. 그들도 분명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갈지 모르는 예비장애인들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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