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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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29)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2.06.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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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꽃

​모감주나무는 병을 없애는 열매라는 뜻에서 무환자 나무라하고 까만 씨앗으로 염주를 만들어 염주나무라고도 부른다. 옛날 강원도 금강산 어느 사찰에서 큰 스님과 작은 스님이 멀리 떨어진 산속 암자에서 수행 중인 훌륭한 스님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길을 나선지 서너 시간이 지나자 다리도 아프고 배가 고픈 작은 스님이 연신 불평불만하며 뒤따르고 있었다. 그러다 참외밭을 지나가면서 그제야 큰 스님이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자고 하였다. 작은 스님이 말했다. 

“큰 스님, 참외 하나만 따먹어도 되나요?”라고 묻자 큰스님은 “그럼”하고 답했다. 그런데 작은 스님이 참외를 따려는 순간, 큰 스님이 ‘도둑이야!’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주인이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오고 작은 스님은 옆 산길을 죽어라 도망쳤다. 얼마쯤 지나 주인이 되돌아가자 작은 스님은 한숨을 몰아쉬며 인근 정자나무 밑에서 기다리던 큰 스님이 나타나자 원망 섞인 목소리로 “왜! 도둑이야 소리쳐 이 곤경에 빠뜨리십니까?” 큰 스님은 “도대체 너는 누구냐?, 뒤따르며 투덜대며 쉬어가자고 하던 사람은 누구고, 배고프다고 참외 훔치려던 너는 누구고, 배고프고 다리 아픈데 한 번에 이 고개를 넘자고 한 너는 누구냐?”라고 야단치는 말씀에 작은 스님은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정자나무를 묘각나무라 불렀고 그러다가 묘각주(妙覺珠)라 부르다가 모감주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모감주나무 꽃은 여름에 황색으로 피고 원추꽃차례의 가지에 수상으로 달린다. ‘자유로운 마음’이 꽃말이다.

초롱꽃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 올림포스에는 신들만이 먹는 황금능금 과수원이 있었다. 캄파뉴르 소녀는 과수원을 지키며 살았는데 이 과일을 호시탐탐 노리는 나쁜 무리가 있었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어둠을 틈타 능금나무 밑으로 들어갔다. 이를 직감한 그녀는 서둘러 은종을 흔들었다. 종소리는 고요한 과수원에 울려 퍼졌고 당황한 젊은이는 칼을 뽑아 그녀의 가슴을 찌르고 도망쳤다. 꽃의 여신 플로라는 그녀의 죽음을 가엾이 여겨 은색의 아름다운 초롱꽃으로 만들어 주었다. 초롱꽃 줄기는 30~80cm로 곧게 크고 꽃은 흰색 또는 붉은색으로 아래를 향해 종 또는 초롱모양으로 달리는 아름다운 야생화다. 꽃말은 ‘인도, 침묵’이다.

태산목꽃

세상에서 제일로 큰 나무 ‘클 태(泰)’자를 써서 태산목이라 이른다. 이름에 걸맞게 꽃말은 ‘위엄’으로 생김새가 크고 위풍당당하기 때문에 붙여진 듯하다. 나무줄기 끝에 새하얀 꽃이 하늘을 향해 활짝 핀다. 꽃 지름 20cm, 꽃받침 3개, 꽃잎 9~12개로 큼지막하고 아름다우며 우아하다. 그러나 이 꽃이 피어있는 시간은 하루에서 이틀 밖에 되지 않아 아쉽다. 감상할 겨를없이 꽃잎이 지고 만다. 그러나 겨울눈 속에서도 녹색을 유지하니 동절기풍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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