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과학의 폐해: 스포츠는 몸에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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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과학의 폐해: 스포츠는 몸에 해롭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2.06.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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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자극적인 ‘스포츠는 몸에 해롭다’라는 책이 있다. 일본 카토쿠니 히코라는 노화학자가 쓴 책으로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5년도였다.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큰 주목을 받고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였다. 그 후 2006년에 ‘운동은 이토록 몸에 나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2015년에 다시 ‘운동량이 적은 동물이 장수한다(스포츠는 몸에 나쁘다)’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호기심에 이 책을 사서 읽으면서 작가의 주장이 단순히 과도한 운동이 해롭다는 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운동’자체가 해롭다는 맥락이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이 책의 논거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잘못된 지식의 폐해에 대해 경고하려 한다. 

우선 이 책은 ‘스포츠선수는 단명한다’라는 주장의 근거로서 오오즈마 여자대 졸업생 3,113명을 대상으로 문과계, 이과계, 체육계열 졸업생의 수명을 조사한 결과를 제시하였다. 이 조사에 의하면 문과계나 이과계보다 체육계의 졸업생 수명이 60.1세로 문과, 이과계 졸업생보다 약 6년이나 짧았다. 그러나 이것이 운동이 해롭다라는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은 당시 1940년대 이전 출생자인 대상자들, 즉 체육계 출신의 경제적, 문화적 배경이나 생활관습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인 것이다. 실제로는 세계적으로 수행된 대부분의 잘 조직되고 통제된 역학적 연구들은 운동에 의해 건강의 수준이나 수명이 증가한다는 결과들이 대부분이다.

또 그가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동물실험의 예를 보면 미리 정해진 결론에 맞추기 위한 선택편향적인 내용이 많다. 일단 그는 동물실험에서 강제운동과 자율적인 운동에 의한 실험결과를 구분하여 해석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실험목적에 따라서 운동을 강제하는 동물실험에서도 특정한 생리·대사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하는 연구들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실험결과를 도출한 연구만을 소개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동물실험의 한 예를 들어보면, 운동을 시키지 않고 먹이를 제한한 쥐와 운동을 시키면서 먹이를 무제한으로 준 쥐의 수명을 비교하였더니 전자의 수명이 훨씬 길었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운동을 하면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은 될 수 있어도 운동이 해롭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 책의 가장 엉뚱한 논리는 ‘산소소비량이 커지면 수명이 짧아진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꿀벌에도 과로사가 있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심지어 초파리나 동면하는 동물들을 예로 들면서 산소소비수준이 낮은 동물일수록 장수한다는 것, 즉 움직임이 적은 동물이 오히려 장수한다는 것을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곤충이나 양서류 또는 파충류가 아니다. 즉 변온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정온동물로서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체온을 유지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람쥐나 곰은 동면하는 동안 심장박동수나 호흡수를 줄여서 산소소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보존하려고 한다. 생명을 이어가는 패턴이 다르고 그에 따라 세포 내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 대사활동의 양상이 매우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내세우는 산소소비가 커지면 수명도 짧아진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무기는 ‘활성산소’이다. 즉 활동량이 늘어나면 산소소비도 늘어나고 그에 비례하여 활성산소의 생성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연구들은 활성산소가 인체의 중요한 생리적 신호기전으로서 중요하며 운동은 과도한 활성산소에 의한 인체 방어시스템을 강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그는 장기이식과 같은 수술을 할 때 일시적으로 허혈상태에서 다시 혈액이 흐르는 재환류상태에서 활성산소가 다량 발생하는데 이것이 운동할 때 일어나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운동할 때 내장영역의 혈류량은 감소하지만 내장의 조직세포는 평상시에도 혈액 중 산소의 20%만을 사용하므로, 최대운동을 한다고 해서 환류-재환류로 인한 활성산소의 대량 증가 사태는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잘못된 지식이 계속해서 대중들에게 잘못된 인식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경계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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