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면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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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면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착각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2.10.20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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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생리학을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 건강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글을 쓸 때 운동이 얼마나 필요한지 강조하는 내용을 많이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이 잘못되더라도 운동만 열심히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식습관이 잘못된 상태에서 운동만으로 체중감량이 된다거나 식습관으로부터 초래되는 건강상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운동의 효과를 너무 맹신한 나머지 먹는 것을 절제하지 않는다면 다이어트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또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운동은 요요가 없이 건강하게 더욱 효과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항상 정도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음식에 대한 절제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운동은 잘못된 식습관의 폐해를 줄일 수는 있지만 운동만으로 잘못된 식습관으로 초래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잘 빠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경우 ‘운동을 이만큼 했으니 좀 먹어도 되겠지’라는 생각에서 운동을 하지 않을 때보다 오히려 고칼로리 인스턴트 식품을 먹거나 과식하는 경우도 많다. 

운동 후 달콤하고 고소한 치즈케익이나 고르곤피자, 치맥과 감자튀김 그리고 아이스크림과 콜라의 유혹에 몸을 맡기고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한 학기의 수업을 태반이나 빠진 학생이 F학점을 받고 자기는 분명 열심히 공부했는데 교수의 학점이 짜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이상한 일이다. 거의 매일 운동을 하여 운동이 생활화되어 있는 사람이라도 운동 후에 매일 회식을 한다면 체중감량은 기대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처음 식사에 그치지 않고 2차 3차로 이어지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말할 나위도 없다. 

필자가 예전에 식습관과 운동이 혈중 지방수준과 식욕관련 호르몬에 대해 실험하여 발표했던 논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실험쥐를 12주 동안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한 집단과 고지방 식사를 제공한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두 집단을 각각 운동을 시킨 쥐와 운동을 시키지 않은 집단으로 구분하여 운동집단에게는 동물용 런닝머신을 이용하여 달리기운동을 12주간 시켰다. 

그 결과 예상대로 정상식사를 제공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시킨 집단은 혈중 지질상태가 가장 양호하였고 포만감의 장애를 나타내는 렙틴저항성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최악의 지질 상태는 고지방 식사를 제공하면서 운동도 시키지 않은 집단이었다. 즉 혈중 지질상태로서 동맥경화위험인자인 저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LDL-C)이 매우 높았고 동맥경화예방인자로 알려진 고밀도지단백질(HDL)은 가장 낮은 상태를 보였다. 렙틴저항성도 매우 높아져서 쉽게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식이장애가 나타났다. 

그리고 고지방식사를 주고 운동을 시킨 집단(고지방식이+운동)은 12주 후에 역시 고지방식사를 주었지만 운동을 시키지 않은 집단에 비해서는 여러 가지 지질상태와 렙틴저항성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운동은 하지 않았더라도 정상식사를 한 집단과 비교해서는 혈중 지질상태가 여전히 악화된 상태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운동을 통해서 잘못된 식사로 인한 혈중 지질상태의 악화와 렙틴저항성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정상식사를 한 집단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할 점은 정도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즉 식사의 내용이 어느 정도인지, 운동형태나 운동량은 어떠했는지 등의 조건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운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이다. 운동이 나쁜 식습관으로 인한 혈중 지질상태의 악화나 렙틴저항성과 같은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잘못된 식사로부터 오는 폐해를 완전히 상쇄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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