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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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령산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3.03.0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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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

세상 어느 부모든 자녀가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은 부모는 없을게다. 비록 부모 자신은 배운게 적고 가진게 없어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아가지만 내가 낳은 내 자식만큼은 어느 누구 못지 않게 떵떵거리고 힘있는 삶을 살도록 하고픈게 우리네 부모들의 심정이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잣대는 뭘까, 그리고 그러한 잣대가 진정한 ‘성공의 열쇠’일까. 

지난 주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2022년 교육 여론조사’는 이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조사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더욱이 ‘교육’에 목을 매고 있는 우리나라 특성을 감안할 때 개발원이 설문조사 제목을 ‘교육’으로 잡은 것도 어쩌면 ‘교육=성공’이라는 등식에 바탕을 두어서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잠깐 조사 내용을 살펴보자. 전국 19세부터 74세까지의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에서 자녀 교육에 성공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응답자 25.8%가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자녀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컸다”(22.7%), “자녀가 좋은 직장에 취업을 했다”(20.5%), “자녀가 경제적으로 잘산다”(14.3%)가 뒤를 이었다. 반면에 “자녀가 명문 대학에 들어갔다”(10.1%)와 자녀가 좋은 배우자를 만났다“(6.6%)는 매우 낮은 답변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에 우리는 많은 변화를 느끼게 된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그저 ‘좋은 대학,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한 생각은 말마따나 케케묵은 ‘꼰대’들이나 갖는 사고방식으로 드러났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 있어 ‘좋은 대학, 일류 대학’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비록 지방대학을 나오고 이름없는 대학을 나왔더라도 모두 자기 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하지 결코 대학 때문에 삶의 질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대학이 성공의 바로미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 이상 ‘대학’이 ‘성공’에 플러스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설문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우선은 못 먹고 못 살던 때 갖던 사고와 달리 모든 것이 풍족하고 넘쳐나는 세상이다 보니 단순히 먹고 사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게다가 돈만 많이 벌었다고 성공한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많지는 않더라도 굶지만 않는다면 굳이 성공이라는 끈에 매달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게 곧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성공이라는게 뭐 별건가. 꼭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고 정치적으로 힘을 가지는게 성공은 아니다. 비록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의 세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며 자신만의 컬러를 넓혀간다면 이보다 더한 성공도 없다. 마지못해 남의 밑에서 굽신거리며 사느니 차라리 나만의 세계를 개척하여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함께 기대어 사는게 비겁하고 비굴한 삶을 사는것보다 백배 천배 낫다.

그런데 문제는 나만의 세계를 확보하며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만 산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데 있다. 하긴 누군들 그러한 삶을 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러한 것들도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괜한 우쭐감과 영웅심 때문에 스스로를 비극속으로 몰고 가는지도 모른다.

일찍이 모세는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건강)하면 80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 가나이다”라고 노래했다. 즉, 세월이라는 것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도 같으며 인생 또한 아침 이슬과도 같은 존재라는 의미일게다. 

흔히 하는 말로 작금의 시대를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하지만 말이 좋아 100세지 자신의 힘으로 100살까지 살 사람이나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더욱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어차피 인생이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낳아준 부모라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렇다면 기왕 사는 세상,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게 어떨까. 훗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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