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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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113)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3.05.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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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번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1차 금산전투와 고경명의병의 와해
    
순찰사의 핍박에도 끝까지 의병장 조헌 선생을 따르겠다는 의병들의 충성심은 감동적이었다. 조헌은 탄식하며 기필코 금산의 왜적을 섬멸하리라 다짐했다. 

비록 순찰사 윤선각(尹先覺)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나 그가 내세웠던 호서와 호남을 위협하는 금산의 왜적을 토벌하는 것이 근왕을 하는 일보다 우선이라는 판단에는 동감했다. 

그러나 중봉의병의 전투력은 왜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하게 열세했다.    

조헌은 전라도 순찰사 권율(權慄)에게 급사를 보내서 금산성을 함께 협공할 것을 제의한다. 권율은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공격날짜를 8월 18일로 정하였다. 이로써 중봉의병은 큰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청주전투를 같이 치른 의승병장 영규에게도 금산성 공격계획을 알렸다.    

이때에 금산을 중심으로 무주 등지에 배치되었던 왜군이 호남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6월 군량조달을 위해서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먼저 금산을 공략했다. 고바야가와(小早川隆景)가 지휘하는 제7군 15,700 명의 병력을 금산, 무주 등지에 포진시키고 호남지역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금산지역의 왜군은 전란 초인 지난 4월에 제6군으로 편성되어 경상도지역으로 상륙했다. 일부는 김천과 선산지역에 일부는 창원지역에 배치되어 모리(毛利輝元)의 제7군과 함께 부산에서 한양에 이르는 서로(西路) 확보에 일익을 담당했었다. 주장인 고바야가와는 한양까지 진군했다가 5월 중순 분지(分地)계획에 따라 부대서열이 제6군에서 제7군으로 변경되면서 전라도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고바야가와는 창원에 있던 승장(僧將) 안코쿠치(安國寺惠瓊)에게 전라도로 진격을 명령했다. 이에 안코쿠치는 5월 23일 함안 – 의령 – 함양을 거쳐서 남원 – 전주로 진격하려고 했다. 그러나 의령에서 곽재우가 이끄는 의병에 전진이 저지되자, 6월 초에 성주(星州)로 북상하여 김천에서 지례를 거쳐 부항령(釜項嶺)을 넘어 무주로 침입했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한양에서 충주로 남하한 고바야가와는 조령(鳥嶺)을 지나 금산을 점령하여 진을 쳤다. 7월 초에는 진안(鎭安)으로 진출했고, 계속 전주로 침입하려고 했다. 

이에 김제 군수 정담(鄭湛)과 나주 판관 이복남(李福男)이 웅치(熊峙)에 진을 치고, 전 만호(萬戶) 황박(黃璞)의 지원을 받으며, 적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으나 적의 공격을 저지하지 못하였다. 이 전투에서 김제 군수 정담이 전사하고 왜적은 전주성(全州城) 밖까지 진출하였다. 그러나 더 이상은 진격하지 못하고 전주성 앞에서 무주로 철수한다.

한편, 웅치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을 때에 금산(錦山)에서 전주(全州)에 이르는 길목에 위치한 이치(梨峙)에서 남원수성장 권율(權慄)과 동복 현감 황진(黃進)이 전주로 진출하려는 왜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 전투에서 피해를 입은 왜군은 진산으로 일단 철수한다. 진산으로 철수한 왜군은 조선군 대부대가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즉시 금산성으로 철수하여 방어태세로 전환하였다. 

이때 전라방어사 곽영(郭嶸)의 관군과 고경명의 의병부대가 연산(連山)에서 진산(珍山)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선조의 파천(播遷) 소식을 듣고 6월 27일 근왕을 위해 북상 중에 금산, 무주 일대를 점령한 왜적을 전황을 듣고 7월 9일 금산성을 먼저 공격한다. 

전날 이치전투에서 피해를 입은 왜적은 조총을 쏘아 공격을 저지하며 적극적인 전투를 회피했다. 

날이 저물어 공격을 멈춘 관군과 고경명의 의병부대는 성 밖에 머물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갑자기 들이닥친 왜적의 기습에 놀란 의병부대가 분산되었다. 여기에 곽영의 관군마저 전투를 포기하고 후퇴하자, 고경명 의병은 급속히 와해되고 의병장도 전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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