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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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99)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5.11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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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야, 가끔은 그런 진통과 고통을 겪으며 인간은 미성숙한 단계에서 좀 더 성숙한 단계로 오를 수 있는 거란다. 마치 한 마리의 병아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하는 그런 파격적인 고통이 있어야 세상에 나올 수가 있듯이 말이다. 너희들도 살면서 어찌 햇볕드는 날만 있겠니? 비 오는 날의 슬픔과 궂은날의 진통을 통해 비로소 어른의 세계로 진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라. 너의 그런 노력과 진실된 마음이 너희 가정을 지키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잖니? 너는 이제 한 여자가 아니라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자식을 가진 어머니로서의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데 어찌 애로가 없고 어려움이 없겠니? 나는 항상 현명하고 착한 너의 판단을 존중한단다.

너희 부부가 오랜만에 깊은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화해를 했다니 이 또한 축복받아야 할 일 아니겠니? 비 온 뒤에 당은 굳어지는 법이니 이런 과정을 거쳐 너희 부부는 더 가까이 더 폭넓은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단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이 좋을 때 웃고 즐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좋지 않을 때에도, 화가 날 때에도 좋을 때 함께했던 것을 떠올리며 자신을 통제하고 참을 줄 아는 인내가 진실한 사랑임을 잊지 말거라. 식탁에서 맛있는 것을 보면 입에 먼저 넣어주던 그런 순간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행복한 때가 있는가 하면 죽게 아프고 힘든 때도 겪는 것이 부부다. 비가 오고나면 더욱 청명한 날이 온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너무 잘 알고 있지 않니? 그럴 때면 모른 척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네가 손을 한 번 먼저 내밀어 보아라. 살다 보면 져주는 자가 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승자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가 학창시절 실의에 빠졌을 때 참으로 내 마음을 위로해준 푸시킨의 기막힌 시를 발견하고는 좋아했었지.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그대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를 향하는 것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은 올 것이려니 
모든 것은 일순간에 지나가고
그리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는 것이려니.

살아오면서 가끔은 힘들고 어렵고 슬플 때 나는 구구절절 위로를 주는 이 시를 떠올리면서 정말 모든 것은 일순간에 지나가고, 그리고 슬픔도 지나고 나면 그리워짐을 체험했단다.

에미야, 너도 살다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삶 속에서 희로애락을 경험하며 슬프고 아픈 순간도 겪을 게다. 그때 이 시를 떠올리며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그 해답이 있음을 깨우치는 간단한 진리를 선물로 받길 바란다.

사랑하는 막내 
경훈아!

네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 엄마는 너를 보지도 못한 채 산후출혈로 죽을 고비를 맞았었다. ‘아들을 낳았는데 죽으면 어떡하느냐, 

정신 차리라’고 뺨을 탁탁 치는 의사의 고함을 아득하게 들으며 ‘아, 내가 우리 아들 얼굴도 못 보고 이렇게 죽는구나. 우리 아들을 어쩌나!’ 의사들은 죽으면 어쩌냐고 호떡집에 불난 듯이 왁자지껄한데 죽기 전까지 의식은 있다더니 그 상황에서도 의식은 깨어있어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며 수술실로 침대가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가 엄마 없는 아이로 살 운명은 아니었었나 보다. 전신마취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였는데, 우여곡절 끝에 엄마는 수술한 지 하루가 지나서야 겨우 의식을 회복했다.

“환자가 깨어났어요!”

누군가 환호하는 소리를 들으며 간신히 눈을 떴다. 아빠가 보였다. 

‘우리 애기는 어떻냐’고 물었더니 ‘얼굴이 까맣고 못생긴 것 같다’고 하셨다. ‘아니 우리 애기가 왜 까맣고 못생겨, 이상하네’ 생각하며 간호사에게 애기를 빨리 보여달라고 재촉했지. 아기 이동 침대에 포대기로 폭싸서 눕혀 있는 너를 보는 순간 엄마는 아빠 말씀이 틀렸음을 금방 알았다. 얼굴 피부가 짙은 붉은색이다 보니 까맣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빠가 엄마 때문에 경황이 없다 보니 아빠 마음 상태처럼 다 그렇게 어둡게 보였었던 게다. 엄마는 붉은 네 얼굴을 보는 순간 틀림없이 우리 아들은 하얀 피부의 잘생긴 아들이겠구나 하고 예감했다. 퇴원 후에도 엄마는 네 형도 그랬듯이 네게도 꼭 엄마 젖을 먹이고 싶었다. 그때 상태로는 엄마가 젖을 먹이는 것도 힘든 상태였지만 너를 꼭 품에 안고 젖을 먹이며 엄마의 사랑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두 달 정도 모유 수유를 한 후 젖에 유종이 생겨 벌겋게 부어올라 항생제를 먹는 바람에 수유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분유로 바꿔서 우유병 젖꼭지를 물리니까 너는 우유를 빨지 않고 울어대기만 했지. 꼬박 하루를 굶어도 너는 우유를 먹지 않고 울어대기만 해서 엄마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기만 했단다. 이러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어떻게 하나 겁이 났다. 보다 못해 서 엄마는 네가 잠이 든 후에 안고서 살짝 우유 꼭지를 입에다 갖다 댔단다. 다행히 살짝 잠이 든 채로 잠결에 정신없이 우유 꼭지를 빨아먹었지. 네가 우유를 먹으니 그제야 노심초사하던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우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려고 등을 토닥거리니 자던 네가 잠을 깨서 우는 동시에 겨우 마음졸여가며 먹인 우유를 왈칵 다 토해내는 게 아니냐? 엄마 옷도 이불도 우유 토물로 난리가 났다. 그런데 그 후 너를 먹이는 방법은 그나마 그 방법밖에 없었다. 자지 않고는 절대 우유를 먹지 않았다. 우유 먹일 시간이 되면 안고서 살짝 잠이 들면 우유를 먹이고 먹인 후 트림을 시키면 깨서 울다가 토하고 토할까 봐 무서워 트림을 안 시키고 그냥 살짝 누이면 트림을 안 시켜서 토하고…. 이래도 

토하고 저래도 토하면서 또 먹이고 또 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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