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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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115)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3.05.1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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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번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조헌에게 내린 선조의 교서(敎書)

 선조는 교서에서 조헌에게 봉상시첨정(奉常寺僉正)이란 벼슬을 제수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나라를 이 지경에 까지 이르게 한 자신을 통절하게 반성하고, 의병을 일으킨 조헌에게 당부하는 말을 담았다. 
 
배봉상시첨정교서(拜奉常寺僉正敎書) 이호민 제진(李好閔 製進)
 
 왕이 이렇듯 말씀하시기를 오직 내가 명석(明晳)하지 못하여 사물을 통찰하고 말을 알아듣지를 능하게 하지 못하여 진언(進言)하는 사람이 혹 말하기를 국가의 위태로움이 아침·저녁으로 박두(迫頭)하였다고 하였으나 내 비록 그 말을 옳게 여기기는 하였으나 진실 되게 깨닫지 못하였다. 크게 근심하기는 백성들의 마음이 흩어져 도적들에 의한 외모(外侮 외부로부터 받는 모멸)가 있을 것만을 걱정하고 성(城)의 축대(築臺)를 높이 수축(修築)하고 호(濠)를 깊이 파며 병기를 예리하게 정비하면 넉넉히 백성을 보위하고 국가를 편안하게 하리라 이르고 백성의 힘을 다하여 이를 도모하였더니 어찌 부지런히 성지(城池)를 수축(修築)하고 군기(軍器)를 마련한 것이 모두 왜적들에게 자(資)함이 되어 원망이 유독 나에게로 돌아올 것을 의식하였으랴! 그리하여 종묘와 사직이 폐허가 되고 백성들이 왜적에게 짓밟히고 으깨어짐에 이르게 하였으되 그것을 능히 방어하지 못하였으니, 모든 잘못은 오로지 내게 있는지라.

 비록 오늘날 천 백가지 신맛을 맛보되 내 죄업으로 받아들이고 감히 고생스러움을 말하지 못하니 내 정회(情懷)가 비감(悲感)하구나! 그러나 천지 조종(祖宗)의 신령(神靈)이 음우(陰佑 뒤에서 도움)하심을 힘입어 인심이 옛날의 수도를 생각하여 백성들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충성(忠誠)과 의(義)로 많은 무리를 규합하여 곳곳에서 왜적을 토멸(討滅)하는데 네 이름도 또한 그 가운데 있었으니 비록 포로를 잡고 전공을 알리는 글을 받아 보지는 못하였으나 내가 심히 너의 충의를 아름답게 여겼노라. 벌써 너를 봉상시첨정(奉常寺僉正) 벼슬을 제수하였는데 너는 그것을 아느냐?

 지난번 호남(湖南) 유사(儒士) 양산숙(梁山璹)이 의병장(義兵將) 김천일(金千鎰)에게서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한 서간(書簡)을 붙여 보냈는데 그것이 도착하였는지? 이것은 호남의 선비와 백성들을 널리 타이르는 것이요, 오로지 네게만 깨우쳐 보여주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글에 이른 바를 너는 여러 부로(父老)들과 더불어 돌려보아라. 나의 괴로운 뜻을 대략 다 기록하였으니 너는 아마도 나의 개과(改過)하려는 뜻을 용납하고 충분심(忠憤心 충의로 생기는 분한 마음)을 더욱 면려(勉勵 스스로 애써 노력하고 힘씀)하며 오직 옛 대로 회복하는 데 힘쓸 지어다.
 근래에 호중(湖中) 소식을 듣지 못한 지가 오래되어 내 마음이 답답하여 이에 최원(崔遠) 군중(軍中)에 너 헌(憲)에게 신유(申諭) 하노니 본도(本道)의 적세(賊勢)와 본도(本道)에 왜적이 몇 군데 둔취(屯聚 여러 사람이 한곳에 모여 있음)하였으며, 그들의 수효는 얼마나 되고, 그들의 사기는 전일에 비하여 어떠하며, 너 헌(憲) 과같이 창의 독포(倡義督捕) 하는 자가 또 누구이고, 왜적을 참획(斬獲) 함이 얼마나 되며, 우도(右道)의 군현(郡縣)들은 예와 같이 안도(安堵)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아울러 탐문하라.

 지난번에 요동총병관(遼東摠兵官) 조승훈(祖承訓)이 군세(軍勢)를 빛내고 돌아온 뒤로 명나라에서는 병부시랑(兵部侍郎) 한 사람을 차출 파견하여 광녕(廣寧), 요동 지방의 도부총병(都副摠兵) 등을 독솔(督率)하고 병마(兵馬) 칠십여 만과 양곡을 조운(漕運)하여 수륙으로 병진하여 왕에 유택(留宅)한 왜적을 소탕케 하였으며, 이달 십일일에는 유격장군(遊擊將軍) 장기공(張奇功)으로 선봉 일천을 거느리고 강을 건넜으며, 십오일에는 강석(江淅) 유격장군(遊擊將軍) 심유경(沈惟敬)으로 포수(砲手) 일천육백 명을 거느리고 도강하여 바야흐로 진격하여 토적(討賊)할 것을 도모하고 있으니, 계절은 가을이라 하늘은 맑고 길은 건조하니 정녕 적을 움켜잡을 달이요, 말은 살찌고 활은 억세니 실로 왜적을 도륙할 기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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