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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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의 오류
  • 배정옥 수필가
  • 승인 2023.05.1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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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사월의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햇살이 품속처럼 따뜻하다. 바람도 한결 온순해지고 너그러워진 것 같다. 양지마다 별처럼 초록이 돋고 있다.

정초만 되면 아니 늘 그래왔지만 조심 또 조심하며 살자고 다짐하건만 작심삼일도 못 간다. 인내 부족인지 모자람이 가시처럼 뾰족뾰족 죽순처럼 고개를 내민다.

며칠 전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받았다. 평소에 그래도 나름 우정과 신의가 두텁다고 생각했기에 흉허물도 서로 이야기하는 사이라 믿었다. 그리고 염려했기에 위한답시고 편안하게 한 말들이 그 친구에게는 목에 걸리는 가시 같은 말들이었던 같다. 

다행히 진실한 해명과 마음을 전달하고 서로 털어버렸지만, 오히려 내 오지랖과 부족함이 가시가 되어 나를 찌르는 듯하였다. 

사람과 사람의 이해관계와 오해, 배려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생각이 생각을 낳는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불현듯 지나온 삶의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분명 늘 피해자라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피해자이기 이전에 가해자가 아니었을까? 삶을 살면서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이롭다.'는 말이 있긴 하다. 그러나 우리는 각자의 '도취 병'에 걸려 오만과 편견 아닌 편견으로 불치병을 앓고 있진 않은지, 요즘 현시대에 과연 몇 명이나 달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심코 던진 돌에 지나가는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독이 되어 상처가 되었다면, 이런 생각에 미치니 배려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듯하였다. 때로는 경솔함과 무지함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일이다.

비전과 행복과 희망의 메신저 '버려야 산다.' 를 쓴 김학중 목사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바뀐다 해도 우리의 마음처럼 급변하는 것은 없다고 서술하였다.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삶을 새롭게 하는 방법으로 분노, 미움, 원망, 걱정, 질투, 교만, 편견 등은 인생의 방해물이라 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쉽게 오류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우리의 뇌가 자기방어적인 차원에서 편견을 갖는 경우가 있다. 

편견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겨난다. 그 때문에 편견을 안 가지려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리 잡은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잔디밭도 멀리서 보면 깨끗하고 푸르게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그 속을 들여다본다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한 깨지고 찌그러진 개 밥그릇과 금, 옥, 란 그릇도 다 각자의 쓰임이 있다. 조금만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내가 가지고 있었던 보이지 않던 생각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각자 마음의 꽃밭을 들여다보자.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꽃은 없는지를. 일관성 있는 분배의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사랑을 주자. 좀 더 고운 시선으로 보아준다면 분명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청청한 꽃밭이 되리라.

한결 너그러워진 봄바람이 살랑이며 지나간다.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머지않아 산수유, 벚꽃 등 봄꽃이 가만가만 피어 온 세상을 덮으리라. 올봄엔 유독 꽃이 많이 필 것만 같다. 만 개한 꽃 마중을 눈빛만 보아도 마음을 알 것 같은 벗과 함께 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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