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운동간다. 암관련피로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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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서 운동간다. 암관련피로와 운동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명예 교수
  • 승인 2023.06.08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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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서 운동간다’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피곤하면 쉬어야지 무슨 운동을 한다고?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아마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암수술을 받거나 항암치료를 받는 중인 사람에게 피곤해서 운동간다라는 말은 어불성설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만 한다. 

암환자가 호소하는 가장 보편적인 증세는 피로증세이다. 그러한 피로를 암관련피로(CRF: cancer-related fatigue)라고 한다. 즉 암관련피로는 암자체, 그리고 암치료과정에서 나타나며, 암환자의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암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암관련피로의 주된 원인은 수술이나 화학요법, 방사선요법에 수반되는 부작용, 통증이나 진통제의 영향, 그리고 구역질 예방약 등의 영향, 빈혈, 수면부족이나 수면이상, 우울감과 불안 등이다.

이러한 암관련 피로는 매우 심각하고 만성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신체활동과는 관계없이 나타나며, 쉬어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만성피로와도 닮은 점이 있다. 암관련피로의 가장 근본적인 병인학적인 설명은 체내 염증상태가 만성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만성적인 염증상태는 인체의 스트레스반응을 항진시켜 탈진하도록 하고, 빈혈을 초래하며, 뇌의 세로토닌 대사에 이상을 일으켜서 피로증세를 초래한다고 설명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피로증세는 환자를 더욱 비활동적으로 만들게 되고, 그로 인해서 체력은 더욱 감퇴하고, 근력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원인이 된다. 즉 암 자체와 암치료의 과정에서 근육량의 소실과 근력의 감퇴, 그리고 심혈관 기능의 감퇴가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암환자가 수술을 받은 후 최대 심폐기능은 평균적으로 휴식시 에너지대사 수준의 3,4배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가벼운 정원일조차 최대능력에 달할 정도로 체력이 저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체중의 감소가 심각하게 감소하고 극심한 영양결핍상태인 카켁시아 상태가 되는 악순환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식욕을 촉진하기 위한 메게스트롤이나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처방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저하된 신체기능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피로의 지속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은 결국 힘들더라도 운동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암세포는 계속적으로 근육을 위축시키는 물질을 분비함으로써 근육을 소실되게 만들고, 그것을 통해 암환자를 더욱 비활동적으로 만든다. 

반면에 근육은 운동을 할 때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운동을 할 때 근육에서 분비되는 여러 물질 중에는 면역기능을 높여주는 물질들이 많이 분비되는데, 그러한 물질들을 마이오카인이라고 한다. 

최근 연구들은 항암제치료나 방사선치료와 함께 휴식 시 대사 수준의 6배에 달하는 높은 운동강도에 해당하는 활발한 운동을 수행할 경우 암세포의 세포자멸사를 촉진하는 항암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 결과 여러 역학적 연구들은 높은 강도의 운동을 수행할 경우 치료에 대한 내성을 높이고, 생활의 질을 높이며 결국 재발율을 낮출 뿐만 아니라 생존율을 높여준다는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2,000년대 이전에는 암환자가 주로 호소하는 피로증세에 대해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하거나 가벼운 산책 정도만을 권유하였고 이후에는 휴식 시 에너지소비 수준의 약 3-5배에 해당하는 유산소운동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가능하다면 중강도 이상의 운동강도로 운동할 것과 근육량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기 위한 저항운동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요약하면 암환자에게도 중강도 이상의 운동이 피로를 극복하고 재발율을 낮추기 위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물며 일반적인 측면에서도 가급적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목표로 운동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 암환자이든지 아니든지 ‘피곤해서 운동간다’는 말이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 것이 사실은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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