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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명예 교수
  • 승인 2023.06.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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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전이암과 운동 요법

암환자분들이 가장 듣기 싫은 용어가 있다면, 그것은 재발되었다는 말, 그리고 전이되었다는 말일 것이다. 그것은 원발 암을 제거하는 수술이나, 수술 후에도 혹시 몸에 남아있을 암을 억제하는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일차적으로는 암을 제거하는데 실패하였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암에 걸렸을 때의 1기 암이 증식하는 속도에 비해 재발한 암은 훨씬 빨리 자라기 때문에 그만큼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 진단을 받고 암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요법, 화학 및 방사선요법이 대학병원에서 채택하고 있는 표준치료라고 할 수 있다. 표준치료 후에는 대체로 혈액 중 종양표지자를 관찰하면서 3개월 동안 경과를 관찰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 알려진 바로는 암을 진단한 사례 중에서 암세포가 인체의 다른 곳에 이미 전이되어 잠자는 것과 같은 비활성상태로 있는 경우가 약 75%나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미 전이되어 숨어있는 상태의 암을 미세전이암이라고 한다. 미세전이암은 단지 증식을 멈추고 있을 뿐 언제라도 환경과 조건이 맞는다면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전이되는 성질을 보인다. 

이렇게 수술 후에도 잔존하는 미세줄기종양세포는 깨알보다 작은 크기여서 CT 등을 통해서 발견되지 않는다. 정확한 진단은 적어도 1cm 가깝게 자라나야 가능하기 때문에 재발한 것이 발견된다면, 이미 재발암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세줄기암이 원발암 부위로부터 떨어져 나와 대부분 부근의 림프관과 림프절로 이동하고, 이후 혈관 내로 들어가서 흘러가다가 혈관 밖으로 나와 다른 조직세포 사이에 자리잡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수백, 수천의 민들레씨앗이 바람을 타고 다른 지역의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 이렇게 땅에 떨어진 씨앗 중에서 극히 일부의 씨앗만이 토양조건이나 여러 환경조건이 맞을 때 싹을 틔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씨앗에 해당하는 미세줄기종양세포가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내 몸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암의 재발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 된다. 즉 초기암이고 수술이나 항암요법을 받아서 원발부위의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확률적으로 미세전이암이 존재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생활관리를 해야 한다. 

미세전이암이 활성화되지 못하도록, 즉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내 몸의 토양과 환경조건을 완전히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것만이 가장 확실하게 암의 재발을 막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먹는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운동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미세전이암이 싹을 틔우기 힘든 환경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체온이다. 암세포는 증식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대사율이 높고 그 과정에서 매우 높은 열을 발생시킨다. 그러므로 그 열을 식혀줄수록 더욱 잘 증식하는 특성을 보이며, 체온이 높으면 견디지 못하고 증식이 억제된다. 둘째는 미세줄기암세포는 저산소상태를 좋아한다. 저산소상태에서 생성되는 물질은 암줄기세포의 성장을 더욱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반대로 혈류순환과 산소공급이 활발한 상태에서 암줄기세포의 활성은 억제되고, 반대로 면역세포들이 더 쉽게 접근해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셋째는 면역세포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면역세포가 활성화될수록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감지하는 능력과 암세포를 공격하는 능력이 강화된다. 넷째는 고혈당이다. 암세포는 특히 혈액 중의 포도당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인슐린저항성이 높고, 혈당이 높을수록 암세포는 더욱 쉽게 자란다. 다섯째는 수면부족과 스트레스이다. 수면부족은 강력한 암억제 호르몬인 멜라토닌분비를 억제한다. 또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해서 평소에 교감신경항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면 미세전이암이 싹을 틔우는 좋은 체내 환경이 조성된다. 

지금까지 미세암줄기세포를 잘 자라게 하는 다섯 가지 조건을 열거하였다. 반대로 미세암줄기세포가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체내 환경을 바꾸어야만 암재발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수술이나 항암치료 후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체내환경을 바꾸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다 보면 잠을 자며 기회를 엿보던 미세전이암은 마침내 사멸한다. 그렇게 체내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스터키가 있다. 그것은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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