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젊은 층, 이젠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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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젊은 층, 이젠 이주민
  • 박우용 기자
  • 승인 2023.07.20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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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탠둥메이 씨
이주민 탠둥메이 씨

7월의 하늘이 뻥 뚫린 듯하다. 비가 많이 내리는 옥천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걱정도 몰려온다. 계절은 늦춤 없이, 속임 없이 우리 앞에 다가오는 것 같다. 장마철이다.

옥천 상가 거리에는 주말인데도 지나는 사람들이 안 보인다. 내리는 비를 피하려고 커피숍을 찾았다. 입구에서 우산 너머로 “안녕하세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시는 한 분이 계셨다. 

탠둥메이(42, 여)씨.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하여 이제는 옥천 군민이 되신 분이었다. 그분의 인생을 빗방울 떨어지는 거리에서 스케치해 보았다.

“옥천에는 2008년에 왔어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중국 하얼빈에서 살았어요. 중국에서 한국 국적의 남편을 만나 이곳 옥천에 오게 되었어요,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한국어를 못했어요. 옥천군 다문화센터에서 이주민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그곳에 찾아가 한국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한국어 자격증이 초급, 중급, 고급 순으로 있는데 저는 모두 취득했어요. 처음에 이주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언어이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것이었어요. 한국어를 잘해야 모두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공부한 결과인 것 같아요. 지금은 주위에 이주민 친구들도 많고, 한국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요.

옥천군 다문화센터에서는 이주민들에게 한국어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교육이 이루어졌어요, 큰 도움이 되었죠. 저도 발 마사지 자격증도 취득하고, 평소 커피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바리스타 과정도 있어서 자격증도 취득했어요. 요즘은 주위에 있는 이주민 언니들이나 동생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저도 그런 쪽으로 취업을 해 보고 싶어서 다음 주부터 교육을 한 달간 받으려고 신청했어요.”

“옥천에 시집와서 아이 둘을 키우면서 뭐라도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중국에 한국화장품을 해외판매도 해 보았고 옥천군평생교육원에 중국어 강사로 등록도 하고 수업도 맡아 했었어요. 장야초등학교에서 3년, 삼양초등학교에서 5년간 방과후 학교 이중언어 강사로 중국어 수업도 했는데 최근에는 옥천군 평생교육원에서도 수업을 못하고 학교에서도 다른 이중언어 교육을 개설해서 운영 중이라 저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요즘 한국과 중국 관계가 별로 잖아요 그래서 방과후 학교 수업도 베트남어나 영어 같은 다른 언어가 중국어보다 엄마들과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듯해요. 아쉬운건 옥천군평생교육원 같은 경우는 대전에 사는 강사님보다 옥천군에 사는 이주민 강사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같은 중국어 수업인데 이왕이면 이곳 옥천에 거주하는 이주민을 강사로 채용한다면 옥천에 사는 자부심도 생길 거고 가정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을 요즘 학원에 보내는데 학원비가 많이 들어요. 그래서 저녁에는 택배도 다니고, 커피숍에서 일도 하고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일을 찾아서 하고 있어요. 사실은 이주여성들이 제일 힘든 건 경제적인 부분이에요, 직장 구하기가 힘이 들거든요.”

옥천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옥천군에서는 여러 단체에도 지원도 하고 사회적 협동조합 만들어 지원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많이 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 이주민들 같은 경우는 잘 몰라요. 그런 단체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지원을 받는지도 몰라요, 누구나 센터? 같은 데에서 교육한다는데 우리는 잘 몰라요. 옥천사람, 아는 사람들만 그런 걸 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우리도 그런 걸 해 보고 싶거든요, 이주민들은 자기 나라에서 나오는 물건이나 과일 같은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 걸 수입도 하고 유통도 하고 어떤 공간에서 판매도 할 수 있도록 옥천군에서 교육도 하고 지원도 많이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이곳저곳에 옥천군에서 건물 공간이 생기면 뭐 해 보겠다고 협동조합이나 단체, 여러 사람이 요구한다고 들었어요. 옥천군에서 그런 건물 내주고 지원해 주는 거라면 정작 그런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은 우리 같은 이주민이라는 걸 옥천군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같이 이주한 젊은 세대들이 옥천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갈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옥천읍 내 말고 면 단위 가보세요. 학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이 대부분 이주민 아이들이에. 솔직히 옥천에 젊은 엄마들이 아이 낳아서 학교에 보내는 곳은 옥천읍 내뿐이지 면에 있는 학교들은 가보시면 알 거예요. 앞으로 옥천에 정작 뿌리내리고 살아갈 젊은 사람들은 이주민 가정이 될 수도 있어요. 옥천에 젊은 청년들 옥천에서 뿌리내리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아마 도시로 나가려 할 건데, 옥천군에서 이주민들 복지에도 신경 써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옥천 군민이고 옥천의 젊은 세대 아닌가요. 솔직히 이주민들에게 뭐 배우고 어떻게 살라 하는 교육만 하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깜짝 놀랐다. 할 말 할 줄 아는 분이구나 싶다. 군의원들이 말 그대로 표밭인 출마 동네와 주민들만 위해 쓴소리 해대는 지역 공동체라는 일부 결속된 인사들만 어우르고 지원 사업하는 사이, 어찌 보면 소외된 옥천군의 이주민 실생활 도움이 되는 제대로 된 정책지원과 관심은 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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