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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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184)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3.07.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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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포델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신들에게 축복을 받은 아름다운 두 청년 ‘아마란스’와 ‘아스포델’이 있었다. 두 청년은 신들의 축복아래 부족함과 두려움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시기와 질투로 가득한 아스포델은 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마음 착한 아마란스를 살해하였고, 이 일로 아스포델은 지상으로 쫓겨났다. 그리스인들은 아스포델을 죽음의 꽃으로 불렀으며, 아마란스가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꽃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아스포델은 사람들에게서 점차 잊히고 말았다. 아마란스가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면 아스포델은 영원한 죽음을 상징한다. 죽은 자의 영혼은 명계의 들판에서 방황하다 선한 사람은 엘리시움으로 인도되고 악한 사람들은 타르타로스로 가는데 엘리시움은 극락, 천국, 이상향 등을 의미한다. 이 엘리시움의 들판에서 피는 영원히 지지 않는 신비로운 꽃이 아스포델 꽃인 것이다. 아스포델 꽃은 키 높이 70cm의 긴 꽃대에 흰 꽃이 피는데 유럽과 지중해에서는 야생의 잡초로 취급하지만 위엄스럽기도 하다. ‘나는 당신의 것, 당신이 죽은 후에도 그리워합니다.’가 꽃말이다.

세이지

세이지는 영어이름인데, 프랑스어 Sauge가 변한 말로 ‘건강하다, 치료하다, 오래 살게 하다.’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세이지는 2개 품종이 널리 알려져 있다. 꽃잎전체가 빨강일 때는 ‘체리세이지’ 꽃잎 위아래 입술이 빨강이고 입술이 하양일 때는 ‘핫립세이지’로 불리는 허브식물이다. 워낙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우므로 유럽에선 ‘허브 가든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이지는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이용되었다. ‘세이지를 심어놓은 집에서는 죽어 나오는 사람이 없다. 영원히 살고 싶은 자는 5월에 세이지를 먹을 것’ 등등의 중세 영국속담도 전해지고 있다. 베란다나 정원에 세이지를 심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가정의 행복’이 꽃말이다.

서향

서향의 다른 이름은 천리향이다. 옛날 중국의 여산(廬山)이라는 곳에 살고 있던 한 스님이 어느 날, 산에 올라 잠시 쉬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졸음이 와 깜박 잠이 들었다. 잠결에 어디서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야릇한 향기가 풍겨 왔다. 잠에서 깨어난 스님은 향기가 어디서 나는 것일까 하고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몇 차례 주위를 살펴보니 좀 떨어진 산골짜기에 한 그루의 자그마한 나무에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향기를 맡아보니 꿈결에 맡은 향기와 똑같았다. 기쁜 마음으로 이 꽃가지를 꺾어 마을로 돌아와 여러 사람에게 꽃 이름을 물어 보았으나 단 한 사람도 알지 못했다. 이때 스님이 수면 중에 향기를 맡았다 해서 수향(睡香)이라 이름 지었는데, 뒷날 사람들이 이 꽃은 상서로운 꽃이라 하여 서향(瑞香)이라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 꽃말은 ‘꿈속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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