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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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집 사람들
  • 박우용 기자
  • 승인 2023.07.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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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하 대표가 쑥스럽다며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황원하 대표가 쑥스럽다며 자세를 취하고 있다.

2층 계단을 올라 입구에 들어서면 “어서 오세요” 하며 목소리 톤을 높여 맞이한다.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인상에 맞지 않게 친절한 미소와 큰소리로 맞이 해주는 목욕탕 사장님. 세신 전문가이며 구두 손질하는 사장님 그리고 이발하는 사장님.

입구부터 깔끔하게 정돈된 목욕탕 안까지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 세 분의 사장님들이 근무하는  옥천관광호텔사우나, 목욕탕집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영상 어려움 피할 수 없어

평일 새벽 5시부터 저녁까지 회사 출근 전에 혹은 야간 일을 하고 온 후에 여기에 동네 어르신들이 찾아주던 사우나. 특히 주말에는 아들을 따라 온 손자들과 함께 등을 밀어주는 목욕탕. 이쯤이면 아이들은 물만난 제비마냥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장난도 치고 수영장 삼아 놀기에 바쁘다. 하지만 이러한 정겨움도 코로나 19가 빼앗아 가버렸다.

그나마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운영 중인 목욕탕은 여름철이라는 영향도 있겠지만 아직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 설상가상 기름값과 전기요금이 올라 운영상 어려움도 피할 수 없다. 

지난해에는 목욕탕 이용 가격이 일반인 기준 6천 원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물가가 빠르게 올라  지금은 1천 원을 올려 7천 원을 받고 있다.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이들 세 명의 사장님들은 지금처럼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 웃으며 살려고 더 밝은 얼굴로 더 깨끗한 시설로 이용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편한 이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침에 일찍 왔다가 급하게 샤워만 하고 가는 이용객들에게는 오후에 다시 한 번 더 오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고맙다고 말하며 돌아서는 이용객을 보면 나 자신도 즐거워진다.” (옥천관광호텔사우나 황원하 대표)

목욕관리사 김창규 사장이 손님들의 구두를 손질하고 있다.
목욕관리사 김창규 사장이 손님들의 구두를 손질하고 있다.

옥천 체육센터 수영장으로 간접 피해

“전에는 제이마트 옆 건물 지하 한덕사우나에서 14년 간 목욕관리사(세신사)로 일했었다. 이곳 옥천관광호텔 사우나에서 일한 지도 11년째다 25년간 목욕관리사를 했다. 명절이 다가오거나 행사에 간다든지 몸이 피곤하다든지 하는 분들이 주로 고객이다. 예전엔 때 빼려고 목욕탕이 바글바글 했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옥천 체육센터 수영장에 가서 수영도 하고 그곳에서 사우나를 하는 바람에 정작 목욕당에는 많이 오지 않는다. 어떤 분은 거기서 수영은 가끔하고 한 달 회원권 끊어놓고 샤워만 하러 간다고 말하기도 하더라.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드신 단골손님들이 꾸준하게 이용해 주시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아예 손님이 찾아오지 않았고 때 미는 행위 자체가 대면접촉 이라서 여기도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

자부하는 건 옥천에서 내 손으로 세신하여 드린 분들이 아마 그동안 숫자로 말하면 옥천군민 수 만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루에 몇 분씩을 하고 나면 몸도 피곤하고 힘도 들지만 내 이름을 부르며 찾아주는 고객들이 반가워 손을 놀릴 시간이 없다. 깨끗하게 온몸 구석구석을 세신해 주고 나면 내 마음도 보람있고 기분 좋다. 세신을 하고 난 손님들의 웃는 얼굴과 기분 좋은 목소리는 나에게 또 하나의 기쁨으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부업으로 구두도 많이 닦아 드렸는데 요즘은 목욕탕에 구두보다는 편한 운동화를 신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 구두를 닦아주는 일은 별로 없다. 이곳을 이용하는 분들이 이젠 친동생 같고 친형님들 같아서 사우나 친목 모임도 결성하고 봉사활동은 아니지만 우애를 다지는 친목 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옥천 관광호텔사우나 목욕관리사 김창규 사장)

이발소 김현준 사장이 손님의 머리를 커트하고 있다.
이발소 김현준 사장이 손님의 머리를 커트하고 있다.

목욕탕은 곧 ‘뉴스공장’

“이곳 옥천 관광호텔사우나 이발소를 운영한 지도 벌써 12년 째다. 이곳 저곳 에서 이발사를 해 보았지만 옥천 이곳이 제일 정감 넘치고 사람들이 한결같이 좋더라.

주로 머리를 깎거나 면도를 하고 염색 해주는 일을 한다. 찾아주는 분들이 외지인은 별로 없고 옥천에 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발 의자에 앉으면 머리를 깎는 동안 편안해서 그런지 꾸벅꾸벅 조는 분들이 많다. 어떤 분은 내 손이 부드럽게 머리를 만지며 이발을 해주셔서 안 오던 잠도 온다고 하더라. 그럴 땐 기분도 좋고 이발하면서 서로 정치 얘기도 하고 옥천 돌아가는 소소한 얘기도 한다. 여러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우나이발소가 이젠 옥천뉴스 공장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이발을 하고 염색을 해주며 면도를 하는 동안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여기 이곳이 내 삶의 즐거움과 희망을 만드는 터전이다.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해제되었으니 이젠 마음껏 목욕탕 사우나에 많은 분이 찾아오길 희망해 본다.”
(옥천관광호텔 사우나이발소 김현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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