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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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3.07.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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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초 추석 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남해안을 강타했다. 우리 마을은 직접적 영향은 작았지만, 마을 골목길에도 강풍이 불어 각종 쓰레기며 물건들이 날렸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남부지방의 배수구가 쓰레기로 막혀 도로가 물바다가 되었다고 전했다.

쓰레기는 보통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을 이른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는 쓰레기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기껏해야 음식을 만들고 남은 푸성귀 몇 잎 정도 아니었나 싶다. 종이 한 장도, 헝겊 한 조각도 모았다가 다시 사용하고, 떨어진 고무신은 엿과 바꾸어 먹고, 나뭇조각은 군불 때는 연료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쓰레기는 쓸 수 있는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쓰레기의 대표격인 비닐과 스티로폼 등은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으며 분리수거하여 재생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유독 가스가 나와 태울 수가 없다. 태풍이 날리던 쓰레기의 대부분도 비닐과 스티로폼이었고, 하수구의 배수 구멍을 막은 주범도 비닐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covid19로 배달 음식이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서 쓰레기의 양은 더 늘어나게 됐다. 배달 음식의 용기는 튼튼하고 모양도 좋아 얼마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는데 버린다. 아파트의 분리수거 날에는 이런 용기들과 비닐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가끔 보는 공익광고에는 바닷속의 해마가 비닐봉지에 갇힌 모습, 새끼 물개가 비닐 끈에 목이 감긴 모습이 등장한다. 내가 잘못하여 그들이 고통받는 듯하여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철저하게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쓰레기는 노화됨을 의미한다. 낡아서 사용하기 어려운 물건으로. 그런데 요즘의 쓰레기는 그렇지 않아 사전(事典)의 쓰레기 정의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주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날, 투명 pet 병을 따로 모은다. 전하는 소식에서 보니 실을 만드는 재료가 되어 옷감이 된단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물을 담았던 병이 옷이 된다니. 투병 pet 병을 담는 커다란 마대 자루가 날이 갈수록 많아진다. 그만큼 관심을 갖고 주민들이 협조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pet 병의 분리수거에는 수고가 뒤따른다. 붙어 있는 라벨을 떼고, 내부를 깨끗이 씻어서 모아야 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라벨 떼기가 귀찮아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약간의 강제성이 있는 투명 pet 병 분리수거 - 일부 제품회사는 이제 라벨을 붙이지 않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 수거가 잘 된다. 무조건 소비자에게 분리수거 하라고 강요만 할 일은 아니다. 분리수거가 쉽게 되도록 해야 한다. 가끔은 뉴스에서 폐자원으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소식이 보도되는데 세월이 지나면 그런 일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국가가, 지방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갖고 폐자원을 재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유례 없는 지난여름의 더위와 초유의 태풍은 결국은 우리 사람이 원인이라고 한다. 무분별한 자원 개발과 사용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했고 그로 인한 기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탄소 배출 금지 등 기후 협약을 하고 있으나 앞날은 희망보다는 어려움이 더 크다고 한다.

재활용, 재사용, 새활용, 녹색에너지, 녹색 제품 등 새로운 환경 관련 용어도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모두 편리함보다는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 방식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춰지는 기후 문제, 쓰레기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고, 바로 지금 내게 다가온 심각한 환경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여 작은 휴지 조각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생활 습관이 필요한 때이다. 

이제 장마철에 접어 들었다. 올해는 장마와 태풍이 와도 쓰레기로 인한 배수구 막힘이 없어 수해가 없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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