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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독자 김선영(가명), 옥천읍 주민 /
  • 승인 2023.08.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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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정한 복지인가요?”

사람은 누구나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마음도 몸도 늙어갈 수 밖에 없는 연약하기 그지없는 존재이지요. 그런데 작금의 옥천군 행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들은 나이도 안먹고 언제까지나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는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22일 오전 6시쯤이었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을 나와 산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산책은 어제 오늘 한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즐겨왔던 것입니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서 아침 잠이 없는 나같은 늙은이들은 대부분 이 시간에 산책을 많이 즐깁니다.

얼마쯤이나 걸었을까요. 갑자기 변의(便意)가 느껴졌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마침 내가 사는 가화리에 공중화장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을 향했습니다. 당연히 열려 있을줄로만 알았던 화장실 문은 나의 조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마음이 급했습니다. 가뜩이나 아내로부터 칠칠맞지 못하다는 말을 들어온 나로서는 혹시나 옷에 실스라도 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다시 경로당 화장실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경로당 화장실 역시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두 번씩이나 실망한 나는 그만 나도 모르게 입고 있던 옷에 실례를 하고 말았습니다. 나이 들면 나타나는 항문괄약근이 약해 변을 참아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암담했습니다. 동시에 내 자신이 미웠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단 한번도 생각지 못했던 일을 지금 내가 벌이고 말았으니까요.

기왕 옷에 실수를 한 건 한 것이고 다음 단계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옷을 대충이라도 빨아 냄새부터 없애는게 급선무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른 아침에 어디서 해결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는 수 없이 옆집 문을 두드려 사정 얘기를 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아주머니는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친절을 받은 나는 그 아주머니에게 약간의 사례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변을 옷에 본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을 당해 급히 화장실을 찾았으나 가는 곳마다 문이 닫혀 있다면 나 같은 당황함에 부딪힌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해결을 하란 말인지 아무나 붙잡고 묻고 싶었습니다. “니들은 나이 안 먹을 줄 아느냐” “니들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옥천 같은 농촌은 젊은 사람보다는 나같이 나이든 사람들이 더 많은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화 되겠지요.

그렇다면, 나같은 늙은이들을 위해서라도 24시간 공중화장실 문쯤은 열어 놔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니, 늙은이들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이른 아침이나 밤 늦은 시간에 갑자기 대소변이 마려우면 언제든지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그게 그리도 힘이 들고 어려운 일인가요.

작금의 옥천군을 보면 너무도 행정편의주의로 흐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걸 못마땅하게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군민들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공중화장실 문 정도는 열어 두고 가는게 맞다고 봅니다.

노인들을 위해 버스무료승차 혜택도 좋고 경로당에 기름값을 지원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 못지 않게 퇴근 전이나 퇴근 후에 발생하는 주민들의 불편함도 생각해 주는게 진정한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복지, 그거 큰 것 아닙니다. 클 필요도 없습니다. 어찌보면 사소한 것이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인간에게 나타나는 생리현상만큼 크고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요. 모르긴해도 나같이 갑자기 변의를 느껴 화장실을 찾지 못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한 말이 이해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사람이란 누구나 반드시 나이가 들게 돼 있으며 또 그로 인한 생리현상 역시 누구도 피해 갈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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